[다산칼럼] 시장의 조직화, 조직의 시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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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대상이 아닌 시장은 통제…기업 등 통제 체제엔 시장화 광풍
시장과 조직 태동원리 부합되게 한국의 거꾸로 된 행보 되돌려놔야"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시장과 조직 태동원리 부합되게 한국의 거꾸로 된 행보 되돌려놔야"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요즈음 한국 사회에서는 시장은 조직화되고 조직은 시장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경향은 시장과 조직이 형성되는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걱정스럽다. 시장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생산하고 교환하며 경쟁할 뿐, 지향하는 구체적인 공동의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의사결정은 분권적이다. 이들은 사기 협잡 폭력이 아닌 정의로운 행위 준칙 하에 형성된 시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서로 협동함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달성한다.
시장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으므로 시장은 경영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시장을 조직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요행이 아니라면 반드시 실패한다. 복잡다단한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언뜻 보아 독립적인 것 같지만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뿐 이리저리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이 행위 준칙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들을 교도할 뿐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에 제약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에서는 시장을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법,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 경제 기본법, 특정 산업에 80조원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 등이 그런 것들이다. 빠르게 변하는 상업 세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당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가장 고민하고 상대적으로 더 잘 안다. 상업 세계의 미래를 정부 관료들이 더 잘 알 수는 없다. 관료들이 더 잘 안다면 굳이 시장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산업은 인위적으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다. 198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마지못해 자신의 책을 《산업조직론》이라고 명명했지만 그런 교과목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관료들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것이 한결 더 나라 경제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애쓸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과 기업 활동을 억압하는 각종 규제부터 철폐하는 것이 순서다. 정부가 각종 이해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시장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길이다. 또 국가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라면 자원은 민간이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작은 정부’가 답이다.
시장과 달리 조직은 명령과 통제 체제이며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다. 기업은 상업 활동을 위해,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학교는 교육과 연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조직이다. 경영의 대상이며 의사결정은 중앙 집중적이다. 물론 조직에서도 구성원들의 자발적 협동이 필수적이다. 강제의 정도가 가장 심한 군대에서도 장병들의 자발적 협동 없이는 강한 전투력을 갖출 수 없는 것처럼.
그런데 요즈음 한국에서는 조직의 시장화 바람이 거세다. 생산 라인의 이전이나 신설 및 폐기, 채용·해고 등과 관련한 일에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드시 묻거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이는 명령과 통제라는 조직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파편화되면 조직은 구체적인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립대 교직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한 후보를 반드시 총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국립대 재정은 국가가 부담하므로 해당 대학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으나 대통령 의사대로 임명하는 것이 조직 원리에 맞다. 교육부의 간섭으로 정원, 학과의 신설 및 폐지, 등록금 책정 등에서 국립대는 물론 사립대 자율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으로 해결할 일이다. 국립대를 사립화하고 교육부가 재정 지원은 물론 고등교육 전반에서 손을 떼는 것이 궁극적인 답이다. 시장과 조직이 태동 원리에서 이탈하는 정도가 심해지면 그 자체의 시스템마저 무너진다. 요즈음 한국이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 ·경제학 yykim@chonnam.ac.kr >
시장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으므로 시장은 경영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시장을 조직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요행이 아니라면 반드시 실패한다. 복잡다단한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언뜻 보아 독립적인 것 같지만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뿐 이리저리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부는 시장 참여자들이 행위 준칙을 지키도록 유도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들을 교도할 뿐 이런저런 이유로 시장에 제약을 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즈음 한국에서는 시장을 조직화하려는 움직임이 꺾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법,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 경제 기본법, 특정 산업에 80조원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 등이 그런 것들이다. 빠르게 변하는 상업 세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는 당해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가장 고민하고 상대적으로 더 잘 안다. 상업 세계의 미래를 정부 관료들이 더 잘 알 수는 없다. 관료들이 더 잘 안다면 굳이 시장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산업은 인위적으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다. 198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마지못해 자신의 책을 《산업조직론》이라고 명명했지만 그런 교과목 이름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19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관료들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것이 한결 더 나라 경제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애쓸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과 기업 활동을 억압하는 각종 규제부터 철폐하는 것이 순서다. 정부가 각종 이해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것도 시장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길이다. 또 국가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라면 자원은 민간이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결국 ‘작은 정부’가 답이다.
시장과 달리 조직은 명령과 통제 체제이며 구체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다. 기업은 상업 활동을 위해,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학교는 교육과 연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조직이다. 경영의 대상이며 의사결정은 중앙 집중적이다. 물론 조직에서도 구성원들의 자발적 협동이 필수적이다. 강제의 정도가 가장 심한 군대에서도 장병들의 자발적 협동 없이는 강한 전투력을 갖출 수 없는 것처럼.
그런데 요즈음 한국에서는 조직의 시장화 바람이 거세다. 생산 라인의 이전이나 신설 및 폐기, 채용·해고 등과 관련한 일에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드시 묻거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면 이는 명령과 통제라는 조직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조직의 의사결정이 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파편화되면 조직은 구체적인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국립대 교직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한 후보를 반드시 총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국립대 재정은 국가가 부담하므로 해당 대학의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으나 대통령 의사대로 임명하는 것이 조직 원리에 맞다. 교육부의 간섭으로 정원, 학과의 신설 및 폐지, 등록금 책정 등에서 국립대는 물론 사립대 자율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으로 해결할 일이다. 국립대를 사립화하고 교육부가 재정 지원은 물론 고등교육 전반에서 손을 떼는 것이 궁극적인 답이다. 시장과 조직이 태동 원리에서 이탈하는 정도가 심해지면 그 자체의 시스템마저 무너진다. 요즈음 한국이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 ·경제학 yykim@chonna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