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빈집 100만 가구] 서울 도심에도 폐가 1만가구…사직동은 한 집 건너 한 집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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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끝 10년 오락가락 재개발 정책…수도권도 빈집 '비상'
방치된 낙후지역 100여곳…사업기약도 없어
수도권 옛 도심 월세 낮춰도 입주자 오지 않아
대규모 신도시 탓 인천 등 재개발 엄두 못 내
방치된 낙후지역 100여곳…사업기약도 없어
수도권 옛 도심 월세 낮춰도 입주자 오지 않아
대규모 신도시 탓 인천 등 재개발 엄두 못 내
서울 도심 광화문 인근 사직2재개발구역(종로구 사직동). 지난 25일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자 곧 쓰러질 듯한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쓰레기가 쌓여 장기간 방치된 폐가(廢家)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마을 주민 장모씨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건물 신축도 안 되고, 땅을 산 외지인들은 집을 그냥 버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종로구 옥인1구역도 빈집 투성이였다. 경복궁 인근 ‘서촌 한옥마을’ 넘어 인왕산 기슭인 이곳에는 1950~1960년대 지어진 낡은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부 골목길은 걷다 보면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좁다. 골목 안쪽에는 군데군데 허물어진 집이 눈에 띄었다. 김흥길 재개발조합장은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고 재래식 화장실을 아직도 쓸 정도로 낙후되면서 빈집이 점점 늘어 구역의 193가구 중 32가구가 빈집”이라고 말했다.
도심 한가운데 폐가 즐비
만성 전·월세난이 빚어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7만8702가구이던 서울 지역 빈집은 작년 말 현재 11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인구를 고려하면 지방보다 공실이 적지만 도심권 폐가(廢家) 비율은 지방보다 더 높다.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에서 빈집이 크게 늘고 있는 건 서울시의 잦은 재개발 정책 변경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재개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시장 교체와 함께 지역 보존 정책이 힘을 얻으면서 1950~1970년대 지어진 재개발 구역 내 노후 주택이 도심 곳곳에 방치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기간 지체된 정비구역이 용산구 성동구 등 100여곳에 이른다.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는 아파트 전·월세는 계속 오르는 반면 이런 지역의 낙후한 주택은 임대료를 내려도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다는 게 중개업소 설명이다. 서울시는 도심 낙후 지역 폐가가 약 1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조만간 추진될 것이란 기약도 없다. 서울시는 사직2구역과 옥인1구역 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사실상 재개발을 막았지만, 지원 대책이나 대안사업은 무소식이다.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도 시의 보존 정책 때문에 사업성이 낮아져 SH공사에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사업을 포기했다.
한 도시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재개발 지역을 보존하기로 판단했다면 도로 등 기반시설을 먼저 갖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떠나는 쌍문동 ‘둘리마을’
서울 변두리와 경기·인천 옛 도심은 지방 도시와 비슷한 형태로 빈집이 늘고 있다. 서울 뉴타운 해제구역에선 도로변으로는 빌라 건축이 활발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뒤쪽 지역은 공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 마을버스로 10분 정도를 타고 가면 나오는 도봉구 쌍문동 460 일대. 이곳은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독주택의 반지하 대부분이 비어 있다.
이보종 둘리마을공인 대표는 “집이 춥고 불편해서 기존에 살던 세입자가 나가면 월세를 낮춰도 다른 사람이 입주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정부가 저소득층에 융자를 잘해줘서 낡은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이 지역 재건축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했다. 이후 한두 곳에선 건물이 신축됐지만, 대부분 집주인은 집을 고칠 여력이 없다는 게 중개업소들 설명이다.
인천 주안동, 도화동 등도 비슷하다. 송도·청라·영종 택지지구에서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옛 도심 재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인천시가 파악한 기존 도심의 폐가만 1715가구에 달한다. 권혁철 인천시 주거정책팀장은 “2010년 이전에 212곳을 재개발 예정지구 등으로 지정했지만 24곳만 사업이 이뤄졌고 79곳은 재개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현일/설지연 기자 hiuneal@hankyung.com
같은 날 방문한 종로구 옥인1구역도 빈집 투성이였다. 경복궁 인근 ‘서촌 한옥마을’ 넘어 인왕산 기슭인 이곳에는 1950~1960년대 지어진 낡은 집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일부 골목길은 걷다 보면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좁다. 골목 안쪽에는 군데군데 허물어진 집이 눈에 띄었다. 김흥길 재개발조합장은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고 재래식 화장실을 아직도 쓸 정도로 낙후되면서 빈집이 점점 늘어 구역의 193가구 중 32가구가 빈집”이라고 말했다.
도심 한가운데 폐가 즐비
만성 전·월세난이 빚어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빈집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7만8702가구이던 서울 지역 빈집은 작년 말 현재 11만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인구를 고려하면 지방보다 공실이 적지만 도심권 폐가(廢家) 비율은 지방보다 더 높다.
주택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에서 빈집이 크게 늘고 있는 건 서울시의 잦은 재개발 정책 변경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재개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시장 교체와 함께 지역 보존 정책이 힘을 얻으면서 1950~1970년대 지어진 재개발 구역 내 노후 주택이 도심 곳곳에 방치돼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장기간 지체된 정비구역이 용산구 성동구 등 100여곳에 이른다. 주택 수요자들이 몰리는 아파트 전·월세는 계속 오르는 반면 이런 지역의 낙후한 주택은 임대료를 내려도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다는 게 중개업소 설명이다. 서울시는 도심 낙후 지역 폐가가 약 1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비사업이 조만간 추진될 것이란 기약도 없다. 서울시는 사직2구역과 옥인1구역 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사실상 재개발을 막았지만, 지원 대책이나 대안사업은 무소식이다.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도 시의 보존 정책 때문에 사업성이 낮아져 SH공사에 이어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사업을 포기했다.
한 도시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재개발 지역을 보존하기로 판단했다면 도로 등 기반시설을 먼저 갖춰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입자 떠나는 쌍문동 ‘둘리마을’
서울 변두리와 경기·인천 옛 도심은 지방 도시와 비슷한 형태로 빈집이 늘고 있다. 서울 뉴타운 해제구역에선 도로변으로는 빌라 건축이 활발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뒤쪽 지역은 공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 마을버스로 10분 정도를 타고 가면 나오는 도봉구 쌍문동 460 일대. 이곳은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독주택의 반지하 대부분이 비어 있다.
이보종 둘리마을공인 대표는 “집이 춥고 불편해서 기존에 살던 세입자가 나가면 월세를 낮춰도 다른 사람이 입주하지 않는다”며 “요즘은 정부가 저소득층에 융자를 잘해줘서 낡은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이 지역 재건축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했다. 이후 한두 곳에선 건물이 신축됐지만, 대부분 집주인은 집을 고칠 여력이 없다는 게 중개업소들 설명이다.
인천 주안동, 도화동 등도 비슷하다. 송도·청라·영종 택지지구에서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옛 도심 재개발은 사실상 중단됐다. 인천시가 파악한 기존 도심의 폐가만 1715가구에 달한다. 권혁철 인천시 주거정책팀장은 “2010년 이전에 212곳을 재개발 예정지구 등으로 지정했지만 24곳만 사업이 이뤄졌고 79곳은 재개발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현일/설지연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