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가장 큰 호텔체인 OYO룸스의 창업자는 리테쉬 아가왈이라는 22세 청년 사업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고? 오히려 정반대다. 중산층 출신이지만, 10대 시절엔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자수성가형 흙수저 갑부다.

온라인 저가호텔체인 OYO룸스는 미국의 숙박공유 서비스 회사인 에어비앤비를 본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여행객 등이 인터넷을 통해 민박이나 호텔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는 통합관리 플랫폼을 구축한 OYO룸스는 2013년 창업 후 불과 2년 만에 인도의 가장 큰 호텔 체인으로 올라섰다. 게스트하우스를 표방한 저가 호텔체인 OYO룸스는 호텔 수준의 서비스 질을 보장하면서 가격은 다른 숙박업소보다 저렴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성공 신화에 힘입어 아가왈은 인도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거론되며 인도 청소년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청년 창업가로 떠올랐다.

OYO룸스는 지난해 말 기준 인도의 160개 도시에 숙박용 룸 4만개를 확보했다. 불과 4~5개월 전 80개 도시에 1만4000개 룸을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지금도 OYO룸스를 통해 숙박시설을 공유하겠다는 사람이 매달 늘어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가출 청소년이 백만장자로

아가왈은 인도 동부지역의 오리사주(州) 라야가다시(市)에서 자랐다. 어려서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고 스포츠도 좋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와의 인터뷰에서 “내 어린시절은 인도의 여느 작은 마을의 어린이와 비슷했다. 유일한 차이점은 어려서부터 기업가가 되기를 원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을 보였다. 10세 때부터 엔지니어 출신이 운영하던 사설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을 정도다.

아가왈은 “프로그래밍 선생님은 내게 인내심의 중요성을 가르쳐준 첫 사람이었다”며 “여러 번 실패했지만 그는 나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사업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워가던 아가왈은 몇 년 뒤 자신의 행운을 찾겠다며 집을 떠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점상에서 스마트폰의 SIM 카드를 팔기도 했다. 다양한 창업기업을 경험하겠다는 생각에 인도 곳곳을 여행하기도 했다.

좌충우돌하며 10대를 보내던 아가왈은 18세에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이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틸 펠로)에서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의 지원을 받아 2013년 OYO룸스를 설립했다.

인도 여행 때 다양한 숙박업소에서 겪었던 생생한 체험담은 OYO룸스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OYO룸스는 기업가치가 4억~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직원 수만 1500명이 넘는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가출 청소년이 백만장자로 바뀐 아가왈의 성공신화는 블록버스터에 견줄 만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불결한 인도 숙박 편견 바꿔

OYO룸스가 빠른 시간에 성공한 가장 결정적 요인은 인도 숙박산업의 고질적인 단점을 고치는 데 주력한 덕이다. 아가왈은 인도 여행자가 흔히 겪는 불쾌한 경험을 없애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그는 지난달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선 예약한 호텔이 막상 사진과 달리 쓰러질 듯한 건물이거나, 화장실 물이 새거나, 매트리스가 찢어져 있거나, 에어컨 작동이 수시로 중단되거나,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거나 하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며 “OYO룸스는 머물 가치가 없는 이런 숙박시설과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가왈은 예측 가능한 예약과 적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30개의 표준 매뉴얼을 만들었다. 무료 와이파이, 무료 조식, 평판 TV, 얼룩이 없는 하얀 침대와 시트,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된 세면도구, 6인치 크기의 샤워꼭지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매뉴얼은 며칠 간격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 소유자들에게는 숙박 서비스 훈련도 제공한다.

OYO룸스의 숙박료는 저렴한 편이다. 작은 방은 999루피(16달러)~1500루피(25달러), 중간 크기는 1600루피(26달러)~4000루피(66달러) 선이다. 매일 예약되는 방은 2만5000개에 이른다. 가격 경쟁력과 호텔 수준의 품질을 갖춘 OYO룸스의 성장세를 눈여겨본 투자자들의 자금참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1억달러(약 1202억원)를 투자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안주하는 것”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은 OYO룸스 운영의 핵심으로 꼽힌다.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체크인과 체크아웃, 숙박료 책정, 세면도구 등 숙박용품에 대한 회계 등이 모두 처리되는 시스템은 과학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아가왈이 10대 시절 배웠던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은 OYO룸스 운영에도 적잖은 자산이 되고 있다. 아가왈은 향후 2~3년 내에 숙박룸을 지금의 10배가 넘는 50만개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아직도 달콤한 과자와 같은 군것질을 즐긴다는 아가왈을 두고 젊은 나이의 반짝 성공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가왈은 한마디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젊은 사람들은 사교모임에 나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업 파트너를 만나 협상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늙은 사람들은 안락한 장소를 뛰쳐나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인도 매체인 비즈니스투데이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아무 리스크도 겪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