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안 마련이 중국의 반대로 벽에 부딪힌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중요한 도발 행위를 할 때 기습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며 “군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군당국이 미사일 도발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의 발사 감행 가능성과 관련, “(미사일 발사장) 구조를 볼 때 그런 우려도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아직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에 막히는 북핵제재…김정은 '미사일 도발' 채비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기관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발사장에서 이르면 1주일 이내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확보를 위해 다섯 차례 중·장거리 발사 실험을 했다. 외부적으로는 ‘인공위성 확보를 위한 로켓 발사’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위성 로켓 기술과 ICBM 발사 기술이 같다는 점에서 미국 본토 등을 직접 위협하려는 목적의 실험으로 한·미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2012년 12월12일 은하-3호 발사 이후 3년1개월여 만이다. 당시 북한은 길이 30m의 3단 은하-3호를 쏴 1·2단 로켓 분리에 성공했고, 100㎏의 위성체(광명성 3호)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군당국은 광명성 3호가 궤도 조정 기능이 없는 ‘쇳덩이’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지만 은하-3호 추진체의 최대 사거리는 8000㎞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발사대 증축공사(높이 50→67m)를 마친 이후 동창리 발사장에서 차량과 사람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군당국은 언제라도 기습 발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군당국은 북한의 신형 발사체의 사거리가 1만3000여㎞에 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핵탄두를 1000㎏ 이하로 소형화하는 기술과 쏘아 올려진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극복하는 기술을 손에 넣는다면 이론적으로 핵탄두가 실린 미사일을 미 서부 전역에 떨어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런 기술을 얻는 데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은 한반도를 감시하는 미국의 첩보위성을 따돌리기 위해 발사장 조립동과 인근 기차역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조립동과 발사대를 잇는 레일을 현대화하는 작업도 마쳤다. 군 관계자는 “한·미 당국이 다양한 정찰수단을 통해 발사 징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발사 시점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