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분석] 폴란드 홀린 원조 한류 '태권도'… 중유럽 확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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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수련인구 2만여명… 전국 도장수 연 15% 이상씩 증가
●지난해 유럽 최초 가족 참여형 '품새 대회' 선보여
●K팝 동호인 5천여명… 한류 시너지로 '코리아 프리미엄' 기대
●지난해 유럽 최초 가족 참여형 '품새 대회' 선보여
●K팝 동호인 5천여명… 한류 시너지로 '코리아 프리미엄' 기대
"준비~ 몸통 돌려차기. 하나, 둘, 셋, 넷, 태! 권! 도!"
지난 26일 폴란드 비드고시치시(市) 시내에 위치한 제스폴 슈콜 체육학교. 오후가 되자 삼삼오오 모여든 300여명 학생들의 익숙한 기합 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한국어 구령에 맞춰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는 이들은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총재 이중근)과 폴란드 태권도협회(회장 알투르 흐미엘라쉬)가 준비한 공개수업을 받기 위해 모인 학생과 가족들.
사전 신청을 받아 열린 이날 강연은 1587명이 신청해 5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여덟 살 자녀와 함께 체육관을 찾은 카밀라 그라빈(35)씨는 "남편과 함께 K팝을 즐겨 듣는데 태권도는 한국어까지 함께 배울 수 있어 딸에게 권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의 교통 중심… 태권도 수련생만 2만여명
폴란드의 태권도 열기가 매섭다. 폴란드 태권도 인구는 약 2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있는 스포츠 클럽과 학교, 체육관, 전문 도장 등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곳도 다양하다. 폴란드 현지의 뜨거운 태권도 열기는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도장 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폴란드 태권도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 등록된 태권도 수련시설은 모두 150여곳. 지난 3년간 매년 15% 이상 꾸준히 증가해 왔다. 유럽 내에서 종합격투기(MMA)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폴란드의 태권도 열풍은 이례적인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태권도를 즐기는 폴란드인들의 문화 또한 독특하다. 품새와 겨루기 등 수련은 기본이고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시도가 더해지면서 태권도는 가족형 스포츠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라빈씨 가족처럼 K팝 음악이 흐르는 체육관에서 부모, 형제 등 온 가족이 모여 태권도를 즐기는 모습은 폴란드에선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본인과 가족의 이름을 한글로 새긴 도복을 입는 것이 유행처럼 퍼진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현지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제대로 된 태권도 정신과 기술을 가르칠 한국인 사범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평회봉사재단이 지난 2013년부터 폴란드 현지에 사범을 파견해 실시하는 공개 강연에 매번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강철인 철인강태권도체육관 사범은 "폴란드는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 온 가족이 함께 태권도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태권도 수련을 통해 경기 뿐만 아니라 예절과 한글, 기본적인 한국말까지 습득할 수 있어 어린 자녀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려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회 연속 올림픽 진출… 가족 중심 '즐기는 태권도' 현지 협회 한 몫
폴란드는 지난달 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태권도 유럽 최종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두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간 2004년 그리스(여자부)와 2012년 런던(남자부) 대회에 각각 한 명씩 출전한 적은 있지만 두명이 출전하기는 1976년 협회 창설 이후 처음이다.
이와 같은 성과의 중심엔 폴란드 태권도협회가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협회를 이끌고 있는 알투르 흐미엘라쉬(50) 회장은 이른바 '북한 태권도'로 알려진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의 폴란드 태권도를 IOC(올림픽위원회) 산하 세계태권도연맹(WTF) 체재로 바꾸고 국제 네트워크 강화와 경기력 향상에 온 정성을 쏟아왔다.
동시에 협회는 태권도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해 협회가 개최한 가족 품새 경연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500여명이 물렸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대회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대회 수가 4회로 늘어났다. 흐미엘라쉬 회장은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폴란드 정부 등과 협력해 다양한 태권도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며 "학부모와 학교 측 호응이 높아 올해부터는 일선 초·중·고등학교에 태권도를 정규수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교육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프리미엄' 요충지… 가치 높여 새로운 스포츠문화 확산 기대
올림픽 정식 종목인 태권도는 다른 종목과 달리 수련 과정에서 예절과 수양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교육 콘텐츠로 전 세계 각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태권도를 '코리아 프리미엄'의 원조로 꼽는 이유다.
무엇보다 폴란드를 강타한 태권도 열풍이 반가운 것은 태권도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폴란드는 삼성, LG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동시에 유럽에선 손에 꼽히는 교통 요충지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는 물론 독일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확산시키는데 폴란드가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부터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을 폴란드 현지에 파견하는 등 태권도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문화원과 협력해 각종 문화행사가 있을 때마다 태권도를 K팝과 함께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이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올드타운) 잠비코 광장에서 선보인 태권도 게릴라 시범 공연은 1000여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갑자기 운집해 방송, 일간지 등 매체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준 폴란드 한국문화원장은 "폴란드 시장은 전체 유럽 중 여섯번 째로 큰 규모로 K팝 동호인 수만 5000여명에 육박해 연간 10회 이상의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는 곳"이라며 "최근 지역 공중파 라디오에서 K팝 음악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 태권도와 더불어 재미와 교육적 가치를 가미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태권도가 보급된다면 K팝, 한류 등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형성해 '코리아 프리미엄'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드고시치市(폴란드)= 문화스포츠부 차장 seeyou@hankyung.com
지난 26일 폴란드 비드고시치시(市) 시내에 위치한 제스폴 슈콜 체육학교. 오후가 되자 삼삼오오 모여든 300여명 학생들의 익숙한 기합 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 퍼졌다. 한국어 구령에 맞춰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는 이들은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총재 이중근)과 폴란드 태권도협회(회장 알투르 흐미엘라쉬)가 준비한 공개수업을 받기 위해 모인 학생과 가족들.
사전 신청을 받아 열린 이날 강연은 1587명이 신청해 5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여덟 살 자녀와 함께 체육관을 찾은 카밀라 그라빈(35)씨는 "남편과 함께 K팝을 즐겨 듣는데 태권도는 한국어까지 함께 배울 수 있어 딸에게 권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의 교통 중심… 태권도 수련생만 2만여명
폴란드의 태권도 열기가 매섭다. 폴란드 태권도 인구는 약 2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에 있는 스포츠 클럽과 학교, 체육관, 전문 도장 등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곳도 다양하다. 폴란드 현지의 뜨거운 태권도 열기는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도장 수에서도 잘 나타난다. 폴란드 태권도협회에 따르면 현재 협회에 등록된 태권도 수련시설은 모두 150여곳. 지난 3년간 매년 15% 이상 꾸준히 증가해 왔다. 유럽 내에서 종합격투기(MMA)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폴란드의 태권도 열풍은 이례적인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태권도를 즐기는 폴란드인들의 문화 또한 독특하다. 품새와 겨루기 등 수련은 기본이고 태권도의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시도가 더해지면서 태권도는 가족형 스포츠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라빈씨 가족처럼 K팝 음악이 흐르는 체육관에서 부모, 형제 등 온 가족이 모여 태권도를 즐기는 모습은 폴란드에선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본인과 가족의 이름을 한글로 새긴 도복을 입는 것이 유행처럼 퍼진 것도 이미 오래 전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현지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제대로 된 태권도 정신과 기술을 가르칠 한국인 사범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평회봉사재단이 지난 2013년부터 폴란드 현지에 사범을 파견해 실시하는 공개 강연에 매번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강철인 철인강태권도체육관 사범은 "폴란드는 가족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어 온 가족이 함께 태권도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태권도 수련을 통해 경기 뿐만 아니라 예절과 한글, 기본적인 한국말까지 습득할 수 있어 어린 자녀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려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회 연속 올림픽 진출… 가족 중심 '즐기는 태권도' 현지 협회 한 몫
폴란드는 지난달 1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태권도 유럽 최종전에서 사상 처음으로 두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그간 2004년 그리스(여자부)와 2012년 런던(남자부) 대회에 각각 한 명씩 출전한 적은 있지만 두명이 출전하기는 1976년 협회 창설 이후 처음이다.
이와 같은 성과의 중심엔 폴란드 태권도협회가 있다. 지난 2012년부터 협회를 이끌고 있는 알투르 흐미엘라쉬(50) 회장은 이른바 '북한 태권도'로 알려진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의 폴란드 태권도를 IOC(올림픽위원회) 산하 세계태권도연맹(WTF) 체재로 바꾸고 국제 네트워크 강화와 경기력 향상에 온 정성을 쏟아왔다.
동시에 협회는 태권도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해 협회가 개최한 가족 품새 경연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500여명이 물렸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대회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올해 대회 수가 4회로 늘어났다. 흐미엘라쉬 회장은 "한국대사관과 문화원, 폴란드 정부 등과 협력해 다양한 태권도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며 "학부모와 학교 측 호응이 높아 올해부터는 일선 초·중·고등학교에 태권도를 정규수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교육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 프리미엄' 요충지… 가치 높여 새로운 스포츠문화 확산 기대
올림픽 정식 종목인 태권도는 다른 종목과 달리 수련 과정에서 예절과 수양 정신을 강조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교육 콘텐츠로 전 세계 각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태권도를 '코리아 프리미엄'의 원조로 꼽는 이유다.
무엇보다 폴란드를 강타한 태권도 열풍이 반가운 것은 태권도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폴란드는 삼성, LG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동시에 유럽에선 손에 꼽히는 교통 요충지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는 물론 독일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으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확산시키는데 폴란드가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4년부터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을 폴란드 현지에 파견하는 등 태권도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문화원과 협력해 각종 문화행사가 있을 때마다 태권도를 K팝과 함께 한국의 대표 콘텐츠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9월 세계태권도평화봉사재단이 바르샤바의 구시가지(올드타운) 잠비코 광장에서 선보인 태권도 게릴라 시범 공연은 1000여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갑자기 운집해 방송, 일간지 등 매체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준 폴란드 한국문화원장은 "폴란드 시장은 전체 유럽 중 여섯번 째로 큰 규모로 K팝 동호인 수만 5000여명에 육박해 연간 10회 이상의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는 곳"이라며 "최근 지역 공중파 라디오에서 K팝 음악을 전문으로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 태권도와 더불어 재미와 교육적 가치를 가미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태권도가 보급된다면 K팝, 한류 등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스포츠 문화를 형성해 '코리아 프리미엄'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드고시치市(폴란드)= 문화스포츠부 차장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