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인수한 세계 2위의 사진판권업체를 통해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의 사진을 통제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사진콘텐츠 판권업체인 비주얼 차이나 그룹(VCG)은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세운 사진판권업체 미국 코비스 이미지스(Corbis Images)를 인수했다고 차이나데일리와 홍콩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코비스 이미지스도 홈페이지를 통해 비주얼 차이나의 자회사인 '롄징(聯景)국제'가 코비스의 모든 자산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1억달러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주얼 차이나는 코비스 이미지스, 코비스 모션, 비어(Veer)가 보유하고 있는 사진 및 영상 데이터베이스, 브랜드 및 상표를 한꺼번에 확보했다.

빌 게이츠가 1989년 설립한 코비스는 게티 이미지스(Getty Images)에 이은 세계 2위의 비주얼콘텐츠 판권서비스업체로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역사적 사건의 현장사진을 포함한 5천만장의 원판사진과 19만건의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코비스가 갖고 있는 원판사진 가운데 중국 당국이 꺼려하는 민감한 사진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톈안먼 사태 당시 광장으로 들어오던 탱크 4대를 맨몸으로 막아 민주화 항쟁의 상징적인 장면이 된 왕웨이린(王維林) 사진도 코비스의 콘텐츠목록에 들어있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이들 민감한 사진의 국제적 유통을 금지할지 우려를 사고 있다.

비주얼 차이나측이 앞으로도 전세계에서 계속 코비스의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코비스 소유자가 중국 정부의 관여가 가능한 중국 기업으로 바뀐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뜻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샤오창(蕭强) 차이나디지털타임스 편집장은 뉴욕타임스에 "이런 우려가 전혀 일리가 없지 않다"며 "중국의 미디어가 중국당국의 지도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판단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톈안먼 민주화시위의 주동자였던 왕단(王丹)과 우얼카이시(吾爾開希)도 중국의 코비스 인수는 중국공산당의 미디어 검열이 전세계 범위로 확대된다는 의미라며 코비스 사진이 자유롭게 유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수를 비롯해 중국이 국외 언론매체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비주얼 차이나는 이번 인수계약에 따라 코비스의 사진을 2억장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는 게티의 컬렉션과 합쳐 세계 최대의 온라인 사진 아카이브를 만들 계획이다.

비주얼 차이나는 게티와 지난 10여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게티 콘텐츠를 중국에 독점 배포해왔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