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까먹는 월지급식펀드, 투자자 '시름'
매달 꼬박꼬박 일정액을 준다는 매력을 앞세워 인기몰이를 했던 월지급식펀드가 성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데다 상당수 펀드는 원금마저 까먹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47개 월지급식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은 -8.63%였다. 설정액이 많은 주요 펀드 중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부동산펀드’는 1년 수익률이 -58.38%로 투자 원금이 반토막 이상 날아갔다.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 급락이 손실폭을 키웠다.

‘템플턴월지급식글로벌채권펀드’(-8.55%)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채권펀드’(-6.49%) 등 해외 채권형펀드들의 손실도 크다. 이들 펀드는 2013년까지만 해도 하이일드채권이나 신흥국 채권을 담아 10% 안팎의 고수익을 거둬 월지급식펀드의 자금몰이를 주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하락으로 신흥국 채권과 하이일드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마이너스 수익률에 빠졌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 관계자는 “시황에 따라 통화, 국가, 듀레이션(투자금 회수 기간) 등을 분산해 유동적인 전략을 구사하면서 변동성을 줄이고 있지만 지금 같은 단기 변동성 구간에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월지급식펀드는 고금리 채권이나 고배당주, 글로벌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은행 이자처럼 투자자에게 매달 지급한다. 절세혜택을 누리려는 고액 자산가나 매달 생활비가 필요한 은퇴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당장 수익이 안 나면 원금에서 돈을 빼서 주기 때문에 요즘처럼 수익률이 떨어지면 투자 원금을 갉아먹게 된다. 주요 펀드들은 연 3~6% 수준의 분배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피델리티월지급식아시아하이일드(A)’의 월 분배율은 연 6.04%로 책정돼 있다. 이 펀드의 지난 1년 수익률은 0.03%(운용보수 차감, 지난 29일 기준)였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거의 수익이 없는데도 60만원가량을 12개월로 나눠 지급받기 때문에 투자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처럼 대부분 월지급식펀드의 분배율은 펀드 수익률보다 높은 상황이다. 애초보다 투자자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펀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손실 회복 기간이 더 많이 걸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투자자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1년 새 3500억원 넘게 빠졌다. 2013년 말 1조6262억원이던 설정액은 29일 현재 8422억원으로 2년 새 절반가량 줄었다.

오온수 현대증권 자산컨설팅전략 팀장은 “월지급식펀드는 은퇴자들이 목돈을 조금씩 헐어서 쓰는 개념의 상품으로 원금 보전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맞지 않다”며 “위험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