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CO2 감축 '불안마케팅' 걷어내야
요즘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이 많다. 국민들도 혹한과 폭설 등 기상이변 모두를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믿고 개인희생이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국민의 ‘이타적 희생’을 강요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2100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하(가능하면 1.5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비(非)구속적 국제규범이다. 모든 참여 국가들에 자발적인 ‘국별 기여방안(INDC)’ 결정권을 허용했다. 협상타결 직후에는 ‘컨벤션 효과’로 인해 대단한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재원조달, 구현수단, 기술이전, 빈국피해보상 등 세부사항을 검토한 관련 학계는 외교적 수사 위주의 어정쩡한 것으로 평가했다. 예컨대 INDC를 100%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목표연도에 3도 이상 기온상승이 예상된다. 감축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할 국가도 없어 명확한 인류문명사적 가치는 없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한국의 실상은 정반대다. 2030년 한국의 온실가스 37% 감축달성 방안을 지금 당장 확정하지 않으면 국제규제 등으로 큰일 난다고 겁박하는 정보가 넘쳐난다. 선진사회 반응은 사뭇 다르다. 냉정한 평가를 통해 국익과 인류공동선의 점진적 추구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인간의 활동이 기후변화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과학계 논리도 다원 검증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실체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인류문명의 붕괴를 가져올 불가역적 현상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인문사회학계에서는 특히 미래세대나 다른 국가의 복리증진에 기여해야 하는 이타적 전략의 실현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이 취해야 할 기후변화대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국민의 과도한 걱정을 덜어줄 정보제공체계가 필요하다. 파리협정에는 강제적 목표달성 의무가 없다. 최소한의 글로벌 ‘공동규범’만 있다. 한국의 자발적 감축안도 2020년까지만 제출하면 되고 2023년부터 5년 단위로 수정이 가능하다. 한국 국민은 정보비대칭 속에서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다.

둘째, 재원조달이 파리협정 진전의 최대 관건이다. 세계은행 등의 추산에 따르면 섭씨 2도 이하 기온상승을 위해서는 74조달러 이상이 소요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에 매년 1400억~1750억달러, 적응전략에도 매년 1000억달러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수준의 투자는 적정한 사회경제체제 전환 없이는 효율적 조달과 운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단기 청정투자 확대보다는 에너지산업 등 관련 경제사회 구조전환에 주력해야 한다.

셋째, 현행 주종에너지인 석유, 가스 등의 활용이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비효율성에 비춰 화석연료 청정화, 원자력 활용이 적어도 2030년까지는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현행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개혁을 통한 우리 주종 화석에너지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꼭 필요하다.

넷째, 섭씨 1.5도 이하 상승, 화석에너지 퇴출, 청정개발체제 투자 대폭 증대와 같은 확정적 목표달성의 환상을 버리라는 선진 학계 의견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전략 역시 2030년 목표달성에 매달리면 안 된다. 그보다는 2100년 지속가능한 사회 정착을 위해 저탄소경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

다섯째, 환경과 기상부문 이해 당사자들은 선각자적 환상과 이기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파리협정은 인류 모두가 이기적 행태를 버리지 않으면 궁극적 목표달성이 불가능하다. 지금은 기존 사회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국민의 미래 희생과 이기주의 포기에 대한 보상방안을 고민할 때다.

최기련 < 아주대 대학원 명예교수·에너지경제학 krchoi@ajo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