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치밀한 준비 필요한 '영향예보'
“기상청의 지금 역량으로 당장 ‘영향예보’를 내놓는 건 불가능합니다. 철저히 준비하겠지만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것입니다.” 고윤화 기상청장이 지난달 27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에게 한 얘기다.

기상청은 올 하반기에 영향예보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영향예보는 기상현상뿐 아니라 날씨에 따른 재해 발생 위험 등 사회·경제적 영향까지 알려주는 예보다.

예를 들어 ‘서울에 200㎜가 넘는 비가 내릴 전망’이라는 지금까지의 날씨 예보 방식을 앞으로는 ‘서울에 200㎜가 넘는 비가 내려 올림픽대로 특정 구간이 침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에 따른 영향을 국민이 미리 알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영향예보를 통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날씨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기상청의 취지도 좋다. 하지만 영향예보의 정확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만에 하나 잘못된 예보를 할 경우 구체적으로 언급된 지역이나 산업 등에 피해를 끼치는 등 파장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온과 강수량 및 지진 발생, 태풍 진로 등을 예측하는 날씨 예보는 과학의 영역이다. 영향예보가 도입되면 과학 영역에 ‘해석’의 개념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날씨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100%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상청은 사회·경제적 영향을 예측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항공기 운항은 국토교통부, 선박은 해양수산부, 주요 도로는 각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다. 기상청 예보관은 전국의 도로 상황이나 항공기 및 선박 운항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각 공공기관 및 지자체와의 긴밀한 정보 교류와 함께 예보관의 역량 제고가 이뤄지지 않고서는 영향예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고 청장이 ‘기상청 역량으로는 영향예보를 할 수 없다’고 인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태풍에 따른 영향예보 시범 운영을 빨리 시행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