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악기업체 '황금어장' 된 중국…2020년 18조원대로 시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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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 부는 클래식 바람…한·독·일 등 악기업체들 앞다퉈 진출
삼익악기 베이징 대리점 한 곳서 연간 피아노 5000대 이상 팔려
영창뮤직은 전자악기시장 노려
삼익악기 베이징 대리점 한 곳서 연간 피아노 5000대 이상 팔려
영창뮤직은 전자악기시장 노려
중국이 세계 악기시장의 ‘황금어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클래식 음악 진흥정책을 펴면서다. 중국악기협회는 중국 악기시장이 2020년까지 1000억위안(약 18조166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야마하와 독일 스타인웨이앤드선즈 등 세계적 악기 브랜드는 물론 삼익악기와 영창뮤직 등 한국 업체를 포함한 세계 악기 제조사들이 중국시장 공략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국 악기시장, 5년 새 두 배 성장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나흘간 열린 ‘2015 국제 악기 및 음향기기 박람회’(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 10만5000㎡의 전시장에 스타인웨이, 야마하, 롤랜드, 마셜 등 해외 악기 명가와 주강, 펑링과 같은 중국 악기사 등 세계 30개국에서 온 1900여개 악기 관련 사업자가 부스를 차렸다. 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는 독일의 뮤직 메세, 미국의 남(NAMM)쇼와 더불어 세계 3대 악기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박람회 규모가 다른 박람회를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의 악기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문화혁명 시기(1966~1976년)만 해도 중국에서 서양 클래식 음악은 ‘부르주아 문화’의 잔재로 억압받았다.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윤디, 랑랑, 유자왕 등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를 배출하면서 클래식도 ‘산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진흥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마다 거대 클래식 공연장을 건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익악기에 따르면 중국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는 인구는 각각 3000만명, 1000만명을 넘는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중국이 세계 최대 피아노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중국에서 팔리는 피아노가 연간 약 30만대로 세계 판매량의 5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중국악기협회에 따르면 2009년 175억위안(약 3조1800억원)이던 중국 악기시장 규모는 2014년까지 약 13%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두 배 가까운 323억위안(약 5조8677억원)으로 성장했다.
◆日 업체 지분 인수·음원 반도체 개발
이 같은 중국의 클래식 붐을 타고 한국 악기사들의 중국 진출 열기가 뜨겁다. 삼익악기와 영창뮤직이 대표적이다. 이형국 삼익악기 대표는 1년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지낼 정도로 중국시장 개척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의 한 삼익악기 대리점에서 판매한 피아노는 약 5000대로, 한국 어쿠스틱 피아노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다.
‘명품’을 선호하는 중국 클래식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삼익악기는 2008년 인수한 독일 고가 브랜드 자일러를 주력 모델로 밀고 있다. 야마하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 피아노 브랜드인 가와이 지분을 매입, 가와이 최대주주가 된 것도 중국시장을 겨냥해서다.
한국 일본 독일 등 해외 악기브랜드가 중국 악기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주강피아노, 하이룬피아노 등 중국 브랜드의 추격도 만만찮다. 이승재 삼익악기 이사는 “10~20년 뒤면 중국 브랜드의 자체 개발력이 높아지고, 유럽의 명문 악기 브랜드를 인수해 품질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전에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악기시장이 성숙하면 주된 수요가 클래식 악기에서 전자악기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인다. 영창뮤직이 지난해 12월 차세대 음원 반도체 ‘레나’를 개발한 것도 중국 악기시장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레나는 디지털피아노와 신시사이저 등 디지털 장비의 사운드 출력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다. 현계흥 영창뮤직 대표는 “영창뮤직은 세계 1위 디지털음원기술 기업으로서 중국 전자악기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나흘간 열린 ‘2015 국제 악기 및 음향기기 박람회’(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 10만5000㎡의 전시장에 스타인웨이, 야마하, 롤랜드, 마셜 등 해외 악기 명가와 주강, 펑링과 같은 중국 악기사 등 세계 30개국에서 온 1900여개 악기 관련 사업자가 부스를 차렸다. 상하이국제악기박람회는 독일의 뮤직 메세, 미국의 남(NAMM)쇼와 더불어 세계 3대 악기축제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박람회 규모가 다른 박람회를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의 악기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문화혁명 시기(1966~1976년)만 해도 중국에서 서양 클래식 음악은 ‘부르주아 문화’의 잔재로 억압받았다.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윤디, 랑랑, 유자왕 등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를 배출하면서 클래식도 ‘산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진흥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등 주요 도시마다 거대 클래식 공연장을 건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익악기에 따르면 중국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는 인구는 각각 3000만명, 1000만명을 넘는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중국이 세계 최대 피아노 시장으로 떠올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중국에서 팔리는 피아노가 연간 약 30만대로 세계 판매량의 55%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중국악기협회에 따르면 2009년 175억위안(약 3조1800억원)이던 중국 악기시장 규모는 2014년까지 약 13%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두 배 가까운 323억위안(약 5조8677억원)으로 성장했다.
◆日 업체 지분 인수·음원 반도체 개발
이 같은 중국의 클래식 붐을 타고 한국 악기사들의 중국 진출 열기가 뜨겁다. 삼익악기와 영창뮤직이 대표적이다. 이형국 삼익악기 대표는 1년의 절반가량을 중국에서 지낼 정도로 중국시장 개척 의지가 뚜렷하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의 한 삼익악기 대리점에서 판매한 피아노는 약 5000대로, 한국 어쿠스틱 피아노 전체 판매량과 맞먹는다.
‘명품’을 선호하는 중국 클래식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삼익악기는 2008년 인수한 독일 고가 브랜드 자일러를 주력 모델로 밀고 있다. 야마하와 쌍벽을 이루는 일본 피아노 브랜드인 가와이 지분을 매입, 가와이 최대주주가 된 것도 중국시장을 겨냥해서다.
한국 일본 독일 등 해외 악기브랜드가 중국 악기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주강피아노, 하이룬피아노 등 중국 브랜드의 추격도 만만찮다. 이승재 삼익악기 이사는 “10~20년 뒤면 중국 브랜드의 자체 개발력이 높아지고, 유럽의 명문 악기 브랜드를 인수해 품질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전에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악기시장이 성숙하면 주된 수요가 클래식 악기에서 전자악기로 이동하는 추세를 보인다. 영창뮤직이 지난해 12월 차세대 음원 반도체 ‘레나’를 개발한 것도 중국 악기시장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레나는 디지털피아노와 신시사이저 등 디지털 장비의 사운드 출력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다. 현계흥 영창뮤직 대표는 “영창뮤직은 세계 1위 디지털음원기술 기업으로서 중국 전자악기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