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의 추억' 원작 연극 다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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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년 멤버들 '날 보러와요' 공연
2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21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김광림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처음엔 당황했어요. ‘저 지금 쉰둘이에요. 서른셋에 했던 김 형사 역할을 지금 다시 하라고요?’라고 했죠. 그런데 어린 시절 외국 공연단의 나이 많은 배우들을 보며 부러워했던 게 떠올랐어요. 무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들 모습 말입니다.”(배우 권해효)
한국 공연사에 한 획을 그은 연극 ‘날 보러와요’의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호출’에 류태호 이대연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 이항나 등 이 작품으로 1996년 연극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배우들이 ‘응답’했다. 1월2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날 보러와요’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서다.
대학로 미스터리 추리극의 원조로 꼽히는 이 작품은 1986~1991년 경기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차례나 발생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잘 짜인 미스터리식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2003년 봉준호 감독, 송강호·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화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작품의 중심 무대는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꾸려진 수사본부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김 반장(이대연 분), ‘과학 수사’에 집착하는 서울대 출신 엘리트 김 형사(권해효 분), 주먹이 앞서는 ‘무술 9단’ 조 형사(김뢰하 분), 육감에 의존하는 지역 토박이 부호 박 형사(유연수 분), ‘열혈 기자’(이항나 분) 등이 쉴 새 없이 충돌하고 대립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연이다. 배우들은 20년 전엔 보이지 않던 주름, 뱃살과 함께 한층 깊어진 공력을 드러낸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인간 내면의 뒤틀린 욕망과 원초적 에너지,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인간의 무력감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용의자 세 명(이영철 남현태 정인규)을 혼자서 연기하는 류태호의 캐릭터 변신은 예나 지금이나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빼어나다. 백미는 김 형사가 세 번째 용의자 정인규를 심문하는 장면이다. 권해효가 범인으로 빙의한 듯 14세 소녀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의 심리를 세세하게 묘사할 때, 차갑고 냉정하던 류태호가 서서히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몸을 경련하듯 부르르 떨며 내면의 광기를 드러내는 모습은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이다. 출연 분량이 10여분밖에 되지 않는 용의자 역할로 1996년 각종 연기상을 휩쓴 ‘명배우 류태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원년 무대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완숙해졌다. 20년의 세월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인 대본과 무대세트에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와 뛰어난 공연장 시설 등이 더해진 결과다. 원년 멤버들을 주축으로 한 OB팀과,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이현철 우미화 등이 출연하는 YB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월21일까지, 1만~6만원.
송태형/고재연 기자 toughlb@hankyung.com
한국 공연사에 한 획을 그은 연극 ‘날 보러와요’의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의 ‘호출’에 류태호 이대연 권해효 김뢰하 유연수 이항나 등 이 작품으로 1996년 연극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배우들이 ‘응답’했다. 1월2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날 보러와요’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서다.
대학로 미스터리 추리극의 원조로 꼽히는 이 작품은 1986~1991년 경기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차례나 발생한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잘 짜인 미스터리식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2003년 봉준호 감독, 송강호·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으로 영화화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작품의 중심 무대는 미궁에 빠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꾸려진 수사본부다. 수사팀을 지휘하는 김 반장(이대연 분), ‘과학 수사’에 집착하는 서울대 출신 엘리트 김 형사(권해효 분), 주먹이 앞서는 ‘무술 9단’ 조 형사(김뢰하 분), 육감에 의존하는 지역 토박이 부호 박 형사(유연수 분), ‘열혈 기자’(이항나 분) 등이 쉴 새 없이 충돌하고 대립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배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공연이다. 배우들은 20년 전엔 보이지 않던 주름, 뱃살과 함께 한층 깊어진 공력을 드러낸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인간 내면의 뒤틀린 욕망과 원초적 에너지, 진실에 다가가지 못하는 인간의 무력감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용의자 세 명(이영철 남현태 정인규)을 혼자서 연기하는 류태호의 캐릭터 변신은 예나 지금이나 소름이 돋을 정도로 빼어나다. 백미는 김 형사가 세 번째 용의자 정인규를 심문하는 장면이다. 권해효가 범인으로 빙의한 듯 14세 소녀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의 심리를 세세하게 묘사할 때, 차갑고 냉정하던 류태호가 서서히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몸을 경련하듯 부르르 떨며 내면의 광기를 드러내는 모습은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이다. 출연 분량이 10여분밖에 되지 않는 용의자 역할로 1996년 각종 연기상을 휩쓴 ‘명배우 류태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원년 무대에 비해 훨씬 세련되고 완숙해졌다. 20년의 세월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인 대본과 무대세트에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와 뛰어난 공연장 시설 등이 더해진 결과다. 원년 멤버들을 주축으로 한 OB팀과, 손종학 김준원 김대종 이원재 이현철 우미화 등이 출연하는 YB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2월21일까지, 1만~6만원.
송태형/고재연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