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조성진 "우승 후 첫 고국 무대…설레고 긴장되네요"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되면 슬플 것 같아요. 제 인생은 지금 막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수줍은 듯하면서도 야무졌다. 말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생각은 차근차근 다 풀어놨다. 22세에 어울릴 법한 들뜸이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클래식 콩쿠르 직후의 희열감은 없었다. 대신 갓 출발선에 선 ‘음악가’로서의 묵직한 고민이 묻어났다.

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제17회 폴란드 국제쇼팽피아노콩쿠르 우승 이후 이날 처음 귀국한 조성진(사진)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다음날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두 차례의 쇼팽콩쿠르 갈라콘서트를 앞두고 마련한 자리였다. 이 무대에서 조성진은 다른 다섯 명의 쇼팽콩쿠르 입상자와 함께 지난해 쇼팽콩쿠르 본선 무대를 재현한다. 조성진은 “무대가 작든 크든 똑같은 자세로 임하려고 하는데 내일 무대는 콩쿠르 이후 첫 고국 무대인 만큼 굉장히 설레고 긴장도 된다”고 했다.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지만 워낙 정신없이 입국해서 인천공항에서는 별생각이 없었어요. 숙소에 들어와 서울 강남의 빌딩들을 보고 나서야 감회가 새로웠죠.”

조성진은 쇼팽콩쿠르 우승자 자격으로 최근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DG)과 5년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는 DG와 함께 5장의 음반을 낸다. 조성진은 “두 번째 음반에서 협연하고 싶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쇼팽이 아닌 작곡가의 곡을 녹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쇼팽콩쿠르에 참가한 계기에 대해서는 “콩쿠르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뜻밖의 답을 내놨다. “콩쿠르는 나갈 때마다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즐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세계에서 활동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이어서 콩쿠르는 그런 목표를 가진 젊은 피아니스트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 참가했어요. 콩쿠르가 끝난 뒤 생각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서 놀랐고, 부담감도 생겼죠.”

지나친 관심에 대해서는 다소 경계하고 있는 듯했다. 조성진은 “콩쿠르는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제 인생의 정점이 어디일지는 잘 모르지만 이제 막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는 전곡 연주를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레퍼토리를 많이 확장하는 것보다 한 곡을 연주하더라도 깊이 오랫동안 시간을 두고 연주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최근 조성진은 2005년 설립된 프랑스의 솔레아매니지먼트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 이름난 대형 기획사 대신 신생 기획사와 계약한 데 대해 그는 “회사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콩쿠르 이후 11월부터 많은 매니지먼트회사 관계자를 만났는데, 무엇보다 매니저와 저의 생각이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로맹 블롱델(솔레아매니지먼트의 매니저)과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결정했죠.”

롤모델에 대해 묻자 “일부러 정해놓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를 존경하지만 저와 다른 분이고, 제가 그분의 길을 따라가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저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어요.”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