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도 긴급자금 요청…저유가 못 견디고 산유국 '흔들'
아프리카 1위 경제대국인 나이지리아가 세계은행 등에 35억달러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재정난으로 산유국 경제가 한계상황에 몰리는 신호로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앙아시아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도 지난달 자본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의에 들어갔다.

FT는 집권 8개월째에 접어든 모하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지난해 15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계은행과 아프리카개발은행에 긴급 대출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는 재정 수입의 7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는 국제유가 추락으로 수입이 지난해의 3분의 1로 급감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는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지만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 지출 증가로 재정난이 심해지면서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등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올해 재정적자를 당초 국내총생산(GDP)의 2.2%인 110억달러로 예상했지만,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하면서 GDP의 3%인 15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가 나이지리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2.8~2.9%보다 높은 3.25%로 예상했지만, 최근 10년간의 평균 성장률(6.8%)엔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3년 3월 500억달러에 육박하던 외환보유액은 지난달 282억달러로 줄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은행에서 25억달러,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10억달러를 각각 지원받는다는 계획이지만 세계은행의 규정상 회원국에 개발 명목으로 긴급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IMF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국의 경제정책과 금융상황에 대한 검토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IMF는 “나이지리아가 유가 하락이라는 심각한 외부 충격으로 재정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다만 IMF의 즉각적인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케미 에이더슨 나이지리아 재무장관도 FT에 “대출 요청은 긴급조치가 아니라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며 “세계은행이 연 3%보다 낮은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한다면 채권을 발행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