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빅데이터 결합…중위험·중수익 상품 급부상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금융회사마다 앞다퉈 관련 상품을 쏟아낼 태세다. 인공지능이 투자를 관리해주는 상품이 새로운 중위험·중수익 투자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투자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공지능(robo)이 자산관리에 대한 자문(advisor)을 제공해준다는 개념이다. 수백조개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존에도 컴퓨팅 기술에 기댄 투자기법은 있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컴퓨터 공학에 기반을 둔 퀀트와 구분된다. 퀀트 공학이 과거 데이터를 추종해 미래를 예측하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스스로 데이터 조합을 익히고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다. 다양한 미래 변수를 고려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엔 인공지능의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의 손길이 더해져 ‘휴먼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새로운 영역이 탄생했다.

소비자로선 이처럼 복잡한 분석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지향하는 바는 중위험·중수익이다. 상품 설계자들은 코스피지수, S&P지수, 다우존스지수 등 각종 투자지표 1년 수익률을 초과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단기에 고수익을 내려는 이들에겐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분석 모형 대부분이 거시경제 지표를 비롯해 수백조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입력해 장기 수익률을 분석한 뒤 미래를 예측하는 기법을 활용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등 글로벌 투자상품에 자산을 배분하고 싶어도 정보가 없어 못하는 투자자에겐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 나와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대부분이 국내외 ETF를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포트폴리오 개념을 제공한다는 것도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이다. 개인별 투자성향을 파악해 자산을 이에 맞게 배분해준다는 얘기다. 거액 자산가들만 받았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낮은 수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다. 최저 가입금액도 1000만원 안팎으로 대폭 내려갔다.

○‘휴먼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세

로보어드바이저가 각광받으면서 금융회사마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 적극적인 소비자라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하고 있는 투자자문사를 직접 찾아가면 된다. 예컨대 쿼터백투자자문이 3년가량을 준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약 3500만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삼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하는 자문사와 개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부가 최근 온라인 투자자문을 허용하면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돈을 맡기려면 직접 사무실에 찾아가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소비자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얼마 전 국민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내놨다. 국내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개발업체와 제휴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들도 올해 새로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로보어드바이저 기법을 접목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비슷한 상품이 대거 쏟아질 태세여서 소비자로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하겠지만 옥석을 가리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늬만 인공지능’을 내세운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분석 모형이 워낙 복잡해 일반 투자자가 알고리즘을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결국 장기 투자수익률을 근거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데 이제 시작 단계라 옥석을 가릴 만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관리가 대세라는 의견과 함께 회의론도 부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를 통해 개인별로 맞춤형 자문을 제공해야 하는 로봇 자산관리가 사실은 개개인의 상황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집중 조명했다. 20년간 맞춤형 자산관리 자문을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해온 윌리엄 버로우스 연금보험의 빌리 버로우스는 “기술을 활용할 여지는 있지만, 내용을 설명하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그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말해줘야 하므로 인간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