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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특수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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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칼럼] 특수부대
    2011년 5월2일 새벽 1시, 파키스탄 소도시 아보타바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에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 대원 25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교전 끝에 빈 라덴을 사살하고 철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 같은 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위성 생중계로 작전 과정을 지켜봤다.

    1994년 12월24일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의 마리난 공항. 알제리 회교 원리주의자 4명이 항공기를 납치해 강제 착륙시키고 프랑스 정부와 대치했다. 인질로 잡힌 승객은 166명. 곧 프랑스 특공대 지젠느(GIGN)가 투입됐다. 이들은 단 17분 만에 납치범 4명을 사살하고 승객 전원을 구출했다.

    영화 같은 장면이다. 하긴 007의 제임스 본드나 람보도 특수부대 출신이다. 이들의 활약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더욱 돋보인다. 테러범이나 인질범, 적국 지도자를 제거하는 게 1차 목표다. 소수 정예요원으로 핵심 타깃만 타격하기 때문에 ‘그림자 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이라크전과 리비아 내전 등에서 보듯 독재자를 제거하는 작전도 펼친다.

    특수부대의 원조로는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을 꼽는다. 2차대전 중인 1941년에 출범해 1980년 런던 주재 이란대사관 인질극을 해결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이슬람국가(IS) 근거지인 시리아 락까에 침투해 인질 처형을 주도한 지하디 존을 사살했다.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는 1995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현대전자 연수단 버스 인질 사건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2002년 체첸 반군의 모스크바 극장 인질 사건 등 각종 대테러 작전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강은 역시 미국이다. 바다와 하늘과 땅을 종횡무진 누비는 네이비 실과 해군 특수전 개발단(데브그루), 육군의 그린베레와 레인저 연대, 해병대의 포스리콘 등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육군 특전단 제1파견대 델타에서 이름을 따온 델타 포스도 유명하다.

    그저께 주한미군이 미 제1공수특전단과 75레인저 연대, 네이비 실 등의 한·미 연합훈련 참가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내친김에 다음달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한다.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북한은 보란 듯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또 준비 중이다. 말이나 제스처로 겁 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 이름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하다는 최정예 특수부대라는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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