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Knock 핀테크(중)]초반 보릿고개 앞둔 忍터넷전문은행…생존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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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이르면 하반기 출범…기존 금융권과 맞대결
빅데이터·모바일 활용한 금융서비스…주주사 시너지가 과제
빅데이터·모바일 활용한 금융서비스…주주사 시너지가 과제
[ 최유리 / 박희진 기자 ]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의 정면대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KT가 이끄는 'K뱅크'와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가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해 시동을 걸면서다. 23년 만에 금융권의 빗장이 풀리면서 성사된 '빅매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 없이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이다. 계좌 개설이나 대출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기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은 잔액 조회나 계좌 이체 등 은행의 일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정보기술(IT)을 장착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자처했다. 빅데이터나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변화의 촉매제가 되겠다는 각오다. 공격적인 포부가 무모한 도전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주사간 시너지가 필수다. 낯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용자들의 실생활에 녹아들 때까지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 IT 입은 금융권 메기…K뱅크 '빅데이터'·카카오뱅크 '모바일' 두 마리 메기는 IT 기술을 승부수로 띄웠다. 기존 은행보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은 만큼 혁신적인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뱅크는 이자 눈높이를 10%대로 낮춘 중금리 대출을 앞세웠다. 현재 제 2금융권의 이자율은 21%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만 가능했던 이용자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대출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은 빅데이터가 맡는다. 다양한 주주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로 신뢰도 높은 신용평가 등급을 만든다는 것. 예를 들어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가게 매출 등을 분석해 상환 능력이 검증되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박대수 KT 경제경영연구소장(상무)은 "K뱅크 주주사들이 보유한 고객은 2억명, 결제 정보는 68억건에 달한다"며 "특히 통신과 금융업계는 고객 관리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많아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무기로 꺼내들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카오톡에 금융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자 문턱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간단하게는 계좌번호 없이 카카오톡 아이디로 대화하듯 송금이 가능하다. 친구들과 대화방에서 공동 통장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 대화방은 은행의 상담 창구가 되기도 한다. 문의에 답하는 '금융봇'으로 24시간 상담에 응하거나, 금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재테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 초반 보릿고개 앞둔 忍터넷전문은행…관건은 '주주사 시너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주거래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 충성 고객이 많아 이용자를 끌어오는 것부터 쉽지 않아서다. 더욱이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은 영업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조기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에선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 평균 5~10년이 걸렸다. 일본 라쿠텐뱅크의 경우 9년 만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비용 경쟁력에만 의존했던 해외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이들과 유사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지속적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선 참여한 주주사들의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초반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주주사들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기존 브랜드를 이용해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통신, IT,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의 주주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각 사 고객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끌어오거나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을 통해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세븐뱅크는 주주사의 편의점 점포망에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설치해 소비자에게 접근했다"며 "세븐일레븐이 갖고 있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이를 ATM 수수료 인하에 활용한 성공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세븐뱅크는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인 유통업체 이토요카도와 미츠비시 도쿄UFJ 은행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장기적으로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의 경우 경기 변동성에 흔들린 인터넷전문은행은 폐업의 길을 걸었다.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다양한 리스크를 염두해 두고 로드맵을 짜야하는 이유다. 특히 다양한 주주사들이 참여한 만큼 유상증자 같은 추가 자금 수혈에 대한 공감대를 미리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안착하는 과정은 사막에서 길을 내는 것과 같다"면서 "초반에는 고전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젊은 세대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총성 없는 전쟁터 '간편결제' 시장…'페이 대전' 승자는?], [국내교수 10명 긴급설문 "이번엔 이세돌이 알파고 이기겠지만…"], [르노삼성의 가성비 끝판왕…SM6 "살만하네"], [독일차 판매 줄었는데 '랜드로버·볼보' 성장세], [노정동의 빵집이야기: "반죽 없이 빵을 만든다고요?"]
최유리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인터넷전문은행은 영업점 없이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은행이다. 계좌 개설이나 대출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기존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은 잔액 조회나 계좌 이체 등 은행의 일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었다.
정보기술(IT)을 장착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자처했다. 빅데이터나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변화의 촉매제가 되겠다는 각오다. 공격적인 포부가 무모한 도전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주사간 시너지가 필수다. 낯선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용자들의 실생활에 녹아들 때까지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 IT 입은 금융권 메기…K뱅크 '빅데이터'·카카오뱅크 '모바일' 두 마리 메기는 IT 기술을 승부수로 띄웠다. 기존 은행보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은 만큼 혁신적인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뱅크는 이자 눈높이를 10%대로 낮춘 중금리 대출을 앞세웠다. 현재 제 2금융권의 이자율은 21% 수준이다.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 대출만 가능했던 이용자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대출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은 빅데이터가 맡는다. 다양한 주주사들이 보유한 데이터로 신뢰도 높은 신용평가 등급을 만든다는 것. 예를 들어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가게 매출 등을 분석해 상환 능력이 검증되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박대수 KT 경제경영연구소장(상무)은 "K뱅크 주주사들이 보유한 고객은 2억명, 결제 정보는 68억건에 달한다"며 "특히 통신과 금융업계는 고객 관리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험이 많아 신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무기로 꺼내들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카카오톡에 금융 서비스를 연결해 사용자 문턱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간단하게는 계좌번호 없이 카카오톡 아이디로 대화하듯 송금이 가능하다. 친구들과 대화방에서 공동 통장을 만들어 관리할 수 있다. 대화방은 은행의 상담 창구가 되기도 한다. 문의에 답하는 '금융봇'으로 24시간 상담에 응하거나, 금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재테크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 초반 보릿고개 앞둔 忍터넷전문은행…관건은 '주주사 시너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주거래 은행을 잘 바꾸지 않는 충성 고객이 많아 이용자를 끌어오는 것부터 쉽지 않아서다. 더욱이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성은 영업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조기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보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에선 손익분기점을 넘는 데 평균 5~10년이 걸렸다. 일본 라쿠텐뱅크의 경우 9년 만에 겨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비용 경쟁력에만 의존했던 해외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 확보에 한계가 있었다"며 "K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이들과 유사한 수준에 머무른다면 지속적인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하기 위해선 참여한 주주사들의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초반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주주사들의 고객 기반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 기존 브랜드를 이용해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통신, IT, 유통, 금융 등 다양한 영역의 주주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각 사 고객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끌어오거나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방식을 통해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 세븐뱅크는 주주사의 편의점 점포망에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설치해 소비자에게 접근했다"며 "세븐일레븐이 갖고 있던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이를 ATM 수수료 인하에 활용한 성공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세븐뱅크는 세븐일레븐의 모기업인 유통업체 이토요카도와 미츠비시 도쿄UFJ 은행이 설립한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장기적으로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의 경우 경기 변동성에 흔들린 인터넷전문은행은 폐업의 길을 걸었다.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다양한 리스크를 염두해 두고 로드맵을 짜야하는 이유다. 특히 다양한 주주사들이 참여한 만큼 유상증자 같은 추가 자금 수혈에 대한 공감대를 미리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영환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안착하는 과정은 사막에서 길을 내는 것과 같다"면서 "초반에는 고전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젊은 세대부터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총성 없는 전쟁터 '간편결제' 시장…'페이 대전' 승자는?], [국내교수 10명 긴급설문 "이번엔 이세돌이 알파고 이기겠지만…"], [르노삼성의 가성비 끝판왕…SM6 "살만하네"], [독일차 판매 줄었는데 '랜드로버·볼보' 성장세], [노정동의 빵집이야기: "반죽 없이 빵을 만든다고요?"]
최유리 /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