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해외 금융회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안정적인 외화 조달 체제를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외 대출과 투자 등 국제화로 국내 시장의 어려움을 돌파하려면 외화조달의 안정성과 금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양원근 한국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9일 ‘저성장기 국내 은행 경영전략’ 보고서에서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은행들은 해외 시장을 개척해 수익성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외화예금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 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 등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달러화의 상당부분이 외환보유액으로 쌓여 국내 은행의 외화예금 조달 여건은 취약하다”며 “국내 은행들 역시 최근 20년간 외화예금보다 조달의 안정성과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외화차입에만 상당 부분 의존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이후 국제화에 성공한 호주와 일본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해외 금융회사 M&A로 외화예금 기반을 구축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2004년 뉴질랜드 진출 당시 뉴질랜드국립은행을 인수해 뉴질랜드 달러화 예금액을 두 배 가량 늘렸다. 이 때 확보한 해외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해 2012년까지 뉴질랜드 달러화 예금을 연평균 5.1% 증가시켰다.

일본의 3대 금융그룹도 안정적인 외화예금을 기반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해외 대출을 대거 늘렸다.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 미쓰비시UFJ 등 일본 3대 메가뱅크(초대형 은행)의 전체 예금에서 외화예금이 차지하는 비중(2014년 기준)은 25% 안팎이다. 국내 은행은 한 자릿 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해외 금융회사 M&A와 함께 글로벌 국내 기업의 금융 파트너로 국내 기업의 외화조달을 주선하고 글로벌 경제자문 등 금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켜 외화예금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