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트럭(5t 이상) 시장에서 수입 트럭의 점유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 시장에서도 대형·고가 부문에서 수입차가 기세를 떨치고 있다. 수입 트럭의 거친 공세에 맞서 현대자동차는 연구개발(R&D)과 마케팅 강화 방침을 내놓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수입 대형트럭 '질주'…점유율 첫 30% 돌파
◆대형 수입트럭 점유율 수직상승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대형트럭은 총 1만4275대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6909대(시장점유율 48.4%)로 1위, 타타대우상용차가 2907대(20.8%)로 2위에 올랐다. 볼보·스카니아·다임러·만 등 수입트럭 합계는 4396대(30.8%)였다.

수입 대형트럭 '질주'…점유율 첫 30% 돌파
10년 전인 2005년만 해도 대형트럭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70.6%, 타타대우 19.5%, 수입 트럭 9.9%였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수입 트럭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수입 대형트럭 점유율은 2011년 14.9%에서 2014년 25.6%로 뛴 데 이어 지난해 30% 선까지 넘어섰다. 국산차업체들은 5t 미만 중소형 트럭 시장에선 여전히 절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16만1590대의 중소형 트럭 가운데 95.7%인 15만4571대가 현대·기아차 제품이었다.

그러나 상용차 시장의 핵심인 대형트럭에선 안방을 계속 빼앗기고 있다. 대형트럭은 판매량 기준으로 전체 트럭 시장의 8.1%에 불과하지만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전체 트럭 시장(3조7000억원)의 40%를 넘는다. 판매 가격은 대당 평균 1억700만원으로 2150만원인 트럭 전체 평균의 5배에 이른다.

◆유로6 시행도 수입 트럭에 호재

수입 대형트럭은 국산에 비해 가격이 20%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것은 1년에 20만㎞ 이상 운행하는 것이 예사인 대형트럭 구매자들이 가격만큼이나 연비나 편의성 등 다양한 요소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연비를 10%만 높여도 한 달에 300만~400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 대형트럭 운행자들은 연비에 민감하다.

미국과 유럽 트럭 시장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임러는 연간 50만대의 대형트럭을 판매한다. 미국 2위, 유럽 4위인 볼보도 연간 대형트럭 생산량이 20만대를 웃돈다. 반면 현대차는 국내 전주공장과 중국 쓰촨공장을 합쳐도 대형트럭 판매량이 연간 2만대에 못 미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디젤차량 배출가스 규제 기준인 유로6 적용 시기가 한국보다 유럽이 더 빨랐다는 점도 유럽 트럭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형트럭에 적용하는 유로6는 이전 기준인 유로5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5분의 1로, 미세먼지는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유럽은 대형트럭에 2013년 12월 유로6를 도입했고 한국은 지난해 9월에야 유로6 체제로 들어갔다. 현대차와 타타대우는 유로6에 맞춰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올라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졌다.

현대차는 대형트럭 시장을 ‘수복’하기 위해 2020년까지 상용차 R&D에 1조6000억원, 시설 투자에 4000억원 등 총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해는 대형트럭 소비자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해 개선점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시승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