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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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있다. 연휴 동안 불거진 대내외 악재들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일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증시 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2011년 말 이후 유럽 금융위기 우려가 다시 부각된 것"이라며 "유가 하락으로 유럽 은행들의 원유 생산 기업에 대한 대출이 부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이치뱅크가 코코본드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는 등 유럽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크게 자극했다. 연휴 기간 일본 닛케이225지수(-6.58%), 미국 다우지수(-3%), 독일 닥스지수(-4%) 등이 급락했다.

일본 증시가 엔고에 급락한 것도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 센터장은 "엔화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안 좋아지면 강세를 보인다"며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지속적인 양적완화 등을 감안하면 엔화는 약세로 가야하는데, 강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엔화 강세 요인 중 하나로는 미국의 3월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에 따른 달러 약세를 꼽았다.

다음주 거래를 재개하는 중국 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중국 경기가 취약한 상황에서 유동성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중국 자본시장이 위기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며 "중국이 나빠지면 한국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현재 중국 자본 시장은 위안화 급락과 일부 헤지펀드의 공격 등으로 자본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고 있지만, 세계 경기가 안 좋아지면 중국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오는 26~27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이 중요할 것으로 봤다.

조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3월에 실제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말의 의심이 남아있다"고 했다.

코스피지수의 저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인 1850선 내외로 예상했다. 0.9배는 과거 리먼 사태와 유럽 위기 때도 지켜졌던 지수대다.

조 센터장은 "그러나 문제는 주가가 올라갈 힘을 되찾으려면 미국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위험 관리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는 경기방어주 위주의 분할 매수로 대응하고, 3월 FOMC가 가까워질 때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