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는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모든 자동차 운전에 운전면허를 소지한 인간의 탑승을 의무화하는 독자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 규제안은 결과적으로 무인차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구글은 반발했다. 인간 운전자가 안전하다는 생각은 주관적 착각이며 기계(로봇)에 맡기는 게 더 안전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구글은 특히 구글차는 핸들과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기존 차량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은 결국 연방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질의를 내기에 이르렀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로봇이냐 인간이냐 하는 이 질문에 로봇도 운전자로 본다는 답을 내놨다. 구글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바로 운전자라는 판단을 구글 측에 보냈다는 소식이다. 전통적 의미의 운전자, 다시 말해 사람이 꼭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좋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운전자 동승 논쟁은 이로써 일단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쟁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보험업계다. 미국 보험회사들은 AI가 운전자가 된다면 사고가 덜 나며, 나더라도 관련 시스템을 개선해 갈수록 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교통사고 원인의 90%가 운전자 과실이며, 도로나 차량 원인은 10%에 불과하다. 기계가 운전자가 되면 보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운전면허 학원 등 다른 연관 분야도 이 논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정작 AI 연구의 선두격인 IBM은 자사 컴퓨팅 시스템인 왓슨을 인공지능으로 부르는 데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할을 보조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어떻든 인간이 운전대를 놓게 되는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