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이해 떠난 정책추진 위해선 조정능력 갖춘 기재부 중용 당연"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기재부 독주(獨走)’란 지적은 오해라고 말한다. 기재부가 다른 부처 장·차관을 배출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며 최근 부처 간 정책 융합과 협업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조정 능력을 갖춘 기재부의 역할이 커진 것도 불가피하다고 이들은 반박한다.

기재부의 뿌리는 1948년 정부 수립 때 출범한 기획처(1961년 경제기획원으로 변경)와 재무부다. 기획처는 거시 정책과 예산, 기획을 담당했고 재무부는 세제, 금융, 국고 등을 맡았다.

1995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된 뒤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로 분리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경부와 예산처는 다시 기획재정부로 합쳐졌다. 기재부 출신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요직을 번갈아가며 차지했다. 경제기획원(EPB) 출신은 박정희·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주로 발탁됐고, 김영삼·이명박 정부에선 재무부 출신이 득세했다.

기재부 관료들이 요직을 맡는 것은 업무 특성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기재부 업무는 거시 정책부터 예산, 세제, 국제금융 등을 모두 아우른다. 현 정부 들어 다시 부총리 부처로 승격되면서 부처 간 정책 조정 역할도 강화됐다.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혹독한 검증을 거치다 보니 정책 입안 능력과 추진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는다.

업무로 두각을 나타내다 보니 다른 부처 장·차관을 많이 배출했다는 게 기재부 관료들의 주장이다.

이번 정부 들어선 청와대의 ‘기재부 의존도’가 과거 정부에 비해 더 높아졌다. 창조경제, 일자리 확대 등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선 여러 부처가 협업해야 하는데 이를 총괄할 수 있는 곳이 기재부이기 때문이다.

무역투자진흥회의, 규제개혁장관회의 등 주요 정책을 발표하는 회의의 기획은 대부분 기재부 몫이다. 기재부 고위 관료는 “무역투자진흥회의 안건은 원래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맡기로 했지만 청와대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와 안건 발굴부터 대책 수립까지 기재부가 도맡게 됐다”며 “종합 기획능력이 강조되다 보니 기재부 역할이 자연스럽게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