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기아차 봉고트럭…현대기아차 시장 점유율 30% 달해

현대차의 현지 전략차종 '그랜드 i10'이 지난해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해 '베트남 국민차'로 등극했다.

자동차 시장의 높은 성장세로 최근 아세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베트남에서 줄곧 강세를 보여온 일본 도요타를 꺾고 처음 1위를 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2013년 말 출시된 그랜드 i10은 2014년에 8천473대가 판매돼 전체 4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증가한 1만5천873대가 팔리며 출시 2년만에 1위에 올랐다.

그랜드 i10은 현지 판매 중인 현대 i10과 i20급 사이 소형 해치백 차량으로 동급 차량 대비 넓은 내부공간과 고급스러운 디자인, 높은 연비 등의 강점을 갖췄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판매 2위에 오른 차량도 다름아닌 기아차의 봉고트럭 K3000이었다.

현대기아차가 1,2위를 모두 휩쓴 것이다.

K3000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전년도 판매대수 8천563대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총 1만4천201대가 팔렸다.

베트남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비중이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온 가운데 기아차의 K3000은 현지에서 파워, 승차감, 적재능력 3박자를 고루 갖춰 동급 차량 대비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에는 도요타의 비오스와 포추너가 각각 9천187대, 8천589대 팔려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현대차와 기아차에 1,2위를 빼앗겼다.

도요타의 비오스, 이노바, 포추너는 지난해 각각 1만3천761대, 9천985대, 9천780대가 판매돼 3∼5위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1,2위 석권은 전통적으로 도요타가 선점해 줄곧 강세를 보여온 베트남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했음에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베트남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지난해 베트남 시장 판매 순위를 브랜드별로 보면 도요타가 총 5만285대를 팔아 1위 자리를 유지했고 기아차가 3만8천484대로 2위, 현대차가 2만3천705대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합치면 29.8%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이던 도요타(점유율 24.1%)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특히 기아차는 K3000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대비 71.7%의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베트남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인 55.3%를 크게 웃돌았다.

현대차도 2013년 7천585대를 판매해 4위를 기록했으나 그랜드 i10의 선전에 힘입어 2년 만에 판매량이 3배나 증가했다.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곳으로 꼽힌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2014년 43.4%, 2015년 55.3%로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천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4대로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아세안 권역인 태국(208대), 인도네시아(78대)보다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뒤집어보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뿐만아니라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차량등록세 인하, 중고차 억제 등 정부의 자동차 육성 정책에 힘입어 고(高)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2035년까지 자국 내 153만대의 자동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2025년 베트남 자동차산업 발전전략 및 2035년 비전'을 발표했다.

현재 약 23만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인 베트남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률, 낮은 자동차 보급률에 따른 높은 성장 잠재력, 정부의 육성 정책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손꼽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가급락, 경기침체 등으로 글로벌 신흥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베트남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며 "현대기아차는 기술 개발, 전략차종 투입, 고객 니즈 만족을 통해 베트남 시장을 집중 공략해 아세안 시장 수출의 교두보로 삼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