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중간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롯데그룹·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 '눈길'
지배구조 개편이 올해 주식시장을 달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이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관련 수혜주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정대균 파트너는 “오너 가문 2~3세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카드지분 인수 포석은?

삼성생명, 중간 금융지주사 전환 가능성…롯데그룹·현대백화점 등 유통기업 '눈길'
증권가에선 삼성생명이 중장기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1조5404억원에 매입했다. 시장에선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첫발을 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기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상장 금융자회사 주식을 30% 이상, 비상장사 주식은 50% 이상 보유하는 동시에 모든 자회사의 최대주주가 돼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15.0%) △삼성증권(11.1%) △삼성카드(37.4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작업이 본격화되면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 계열 금융주들의 수급여건이 개선되고 주가에도 긍정적인 재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생명도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 분할을 할 때 자사주를 통해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 시각도 비슷했다. 한동훈 파트너는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삼성카드 등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카드의 수급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호텔롯데 상장+지주사 전환

롯데그룹도 호텔롯데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동시에 사업재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안에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들도 잇따라 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는 계열사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가치가 뛰면서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은 지금보다 5.8% 늘어날 것”이라며 “롯데제과와 롯데칠성도 시가총액이 각각 0.9%, 0.3%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향후 식품유통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를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지주사로 전환하면 정지선 현대배화점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올라가고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환 방식은 현대그린푸드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방식이다. 정 회장은 향후 지분매각 등의 절차를 거쳐 현대그린푸드 지주사의 지배력을 끌어올려 ‘정 회장→현대그린푸드 지주사→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넉넉한 현금을 갖춘 현대그린푸드가 잇따라 인수합병에 나서며 사업형 지주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배구조 개편 전망

현대자동차그룹도 유력한 지배구조 개편 후보군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지주사를 설립한 이후 현대모비스 지주사를 정 부회장이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현대모비스 지주사→현대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