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하락 지속…"자산운용 어떻게"
올 들어 급락한 국채금리에 국내 은행들이 울상이다. 국제 유가와 글로벌 주요 증시 폭락 여파로 국채금리가 급락(가격 상승)하면서 보유 국채 가격 상승으로 얻게 되는 이익보다 만기가 돌아온 국채에 재투자해 잃게 되는 이익이 더 큰 탓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1.484%를 기록했다. 올초와 비교하면 17.8bp나 떨어졌다. 만기가 긴 국채도 다르지 않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연 1.825%로 올 들어 25.1bp 떨어져 사상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지난 11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1.7%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중국의 경기 불안과 일본 등 주요국 증시 폭락, 국제 유가 하락세가 맞물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3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연 1.5%)를 밑돌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국채금리(연 1.746 안팎, 10년 만기 기준)와 비슷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은행들은 연 1%대 초·중반까지 떨어진 국채 금리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을 국채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고(高)유동성 자산을 일정 비율 보유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총자산의 70%가량을 대출로 운용하고 있다. 일부 현금과 예금을 제외한 총자산의 15% 정도를 유가증권으로 운용한다. 국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익증권, 사채 등 유가증권(지난해 9월 말 당기손익인식증권 기준) 중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45.5%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자산운용 관계자는 “국채금리가 떨어져 갖고 있는 국채 가격이 올라 발생하는 이익보다 만기가 돌아와 재투자해야 하는 국채금리 하락 폭이 운용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 고민”이라며 “지난해 말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국채 보유 비중을 늘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엔 미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진 데다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가의 국채 수요가 늘어나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대체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