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제(설) 연휴에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중국 춘제(설) 연휴에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한국 관광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놀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을 여전히 꺼리는 데다 방문 관광객들마저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여행으로 쓴 돈(일반여행 수입금액)은 151억7690만달러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쓴 일반여행 지급금액(212억7150만달러)보다 60억9460만달러 많은 수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폭이 2014년(17억5810만달러)보다 세 배 넘게 늘어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입국 관광객이 줄면서 관광수지 적자폭이 2010년 이후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부가세 즉시환급 효과…외국인 관광객 다시 늘 듯
13년 만에 외국인 방문객 감소

지난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6.8% 감소한 1323만1651명에 그쳤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든 이후 매년 증가하던 외국인 입국자가 13년 만에 감소한 것이다. 메르스 발병 전인 1~5월 누적 관광객 증가율은 10.7%로 꾸준히 늘었지만, 6~8월 메르스가 창궐하면서 40%대의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자는 전년 대비 39% 늘어난 1968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2014년 10월1일부터 소비세 면세품목을 확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합한 적극적인 면세정책을 실시한 덕분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며 “주류, 식료품 및 의약품 등 과거부터 인기를 누린 제품들을 면세품목에 집어넣은 것도 일본의 관광산업이 호조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관광산업 부진에 면세점도 흔들

부가세 즉시환급 효과…외국인 관광객 다시 늘 듯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일컬어지던 면세점 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54억1690만달러로 전년 54억5140만달러보다 0.63%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 감소는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래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면세점 방문객은 2014년 1576만6000명에서 지난해 1608만1000명으로 늘었지만 외국인의 전체 소비액은 줄고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할인을 통해 외국인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올해는 관광산업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메르스 등 일시적 불안 요인이 사라진 데다 중국의 중산층이 늘고 있어 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여행업’의 올해 연간 경기실사지수(BSI)는 111로 업황이 좋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나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고, 이보다 높으면 좋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시행한 사후 면세 즉시 환급제도 덕분에 방한 외국인 유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방한 중국 관광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저가상품 문제, 동남아시아 경제성장률 하락 등으로 관광시장 활기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