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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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 속 수출 부진 고착화…"4월께 금리 인하할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한은 금통위는 16일 정례회의를 열고 2월 기준금리를 현행 1.50% 수준에서 유지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진 가운데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 대다수는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쳤다.

수출 부진과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강화 등이 금리 인하 기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내 가계부채 문제와 자본유출 확대 가능성에 따른 위험 요인이 동결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금융시장 내에선 한은의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국제유가 하락,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구조개혁까지 더해지며 국내 수출 부진은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국내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18.5% 감소했다. 2월에도 감소세가 유력하면서 14개월 연속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장기간 마이너스(-) 기록이다.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문제다. 새해 벽두부터 '패닉'을 겪은 이후 최근까지도 주요국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일본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은 금리 인상 연기를 시사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발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요인이 산적한 상황"이라며 "다만 이달에는 미국 금리인상 연기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논쟁 등으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조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한은이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지켜본 후 4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달 금통위가 만장일치 동결 기조를 깨고 소수의견을 내놓는다면 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오는 4월께 금리를 인하한 이후 하반기에 한번 더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내내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이 지연되고 하반기엔 정부의 재정정책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