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작년 9월 대구 신병훈련소에서 폭발사고가 난 수류탄과 종류가 같은 수류탄을 전량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수류탄이 이상폭발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16일 발표했다. 국방부는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연습용 수류탄으로 교육훈련을 실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올해 수류탄 생산과 납품을 전면 중지시킨 상태다.

국방부가 이날 내놓은 ‘경량화 수류탄 기술시험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류탄 5만5155발 중 완성탄 1000발과 신관 1만3000발, 부품 1000발 등 1만5000발에 대한 1단계 시험에선 이상이 없었다. 4만155발에 대해 2단계 신관 기능시험을 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30일부터 지난 2월15일까지 4발이 이상폭발했다. 현재까지 2만324발에 대한 신관기능시험이 끝났다.

사고조사위원회는 1.5m 낙하시험 등 외부 충격이나 이물질의 영향으로는 신관이 폭발하지 않았다는 점이 검증됐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조사위는 신관에 들어간 지연제의 충진상태 불량이나 시험환경, 시험장비 등에 의한 이상폭발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조사위는 시험과정을 CC-TV로만 지켜보다가 지난해 11월 30일에 이어 지난 1월6일 2차 폭발이 난뒤에야 동영상 촬영에 들어가는 등 안이하게 조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월 5일 404발을 시험한 동영상을 확인해보니 1발이 안전핀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의 3차 이상폭발은 시험환경이나 시험장비의 문제 등 외부요인에 의해 기폭관이 독립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제품 결함에 의한 즉시 폭발 가능성과 시험환경 등 기타 원인에 의한 기폭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원인을 찾아낼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신관 이상폭발 원인 규명시험을 병행하면서 이달 말까지 끝내려던 기술시험 일정이 4월 하순으로 연기됐다”며 “신관시험은 4월말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9월 11일 50사단 신병훈련장에서 수류탄 투척 훈련 중 1발이 폭발해 부사관 1명이 숨지고 훈련병과 다른 부사관 1명이 다친뒤 국방부는 문제의 수류탄과 로트 번호(생산연도와 생산라인 등을 문자와 숫자로 표기한 것)가 같은 수류탄을 전량 회수한뒤 원인 규명 작업을 벌여왔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