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대유행'…한달 새 환자 4배 늘었다
독감 의심 환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번주 유행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1월31일~2월6일) 병원에 내원한 환자 1000명 중 독감 의심 환자 수는 41.3명으로 한 달 전(10.6명)보다 네 배 급증했다. 독감 유행 기준(11.3명)보다 훨씬 환자가 많다.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했던 지난 1월엔 내원 환자 1000명당 10~20명 수준이었지만 이달 초 날씨가 추워지면서 환자가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며 “이번주까지는 환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 환자 수가 최근 한 주간 빠르게 증가했다. 1월 말 내원 환자 1000명당 47.4명이던 아동·청소년(7~18세) 독감 의심 환자는 이달 초 83.6명까지 증가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학교가 개학하면 청소년 사이에 독감이 더 번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 이후 독감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마다 병실을 구하지 못한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한 소아과 의사는 “2009년 신종플루 때와 비슷한 수준의 독감 환자가 방문하고 있다”며 “유행이 심상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일부 병원에선 준비해둔 검사 키트나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떨어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노인과 어린이 등 독감에 취약한 사람은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독감이 오는 4~5월까지 유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00년대엔 보통 11월부터 유행이 시작돼 12월 말~1월 초 정점을 찍고 1월 하순이면 끝났지만 2012년 이후엔 1~2월에 크게 유행한 독감이 4월까지 이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2주 후 면역이 생기고, 6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된다.

예방접종 외에 독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최우선 방법은 손을 자주 씻는 것이다. 세균이 많고 건조한 공간에서 생활할 때 호흡기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실내 온도는 20~22도, 습도는 40~60%를 유지하는 게 좋다.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보통 1~4일(평균 2일) 정도 지나 증상이 나타나며, 성인은 독감 증상이 생긴 뒤 약 5일까지(아동은 10일)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