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언제나 처음인 마음
“한복이란 한마디로 무엇입니까.”

한복을 40년 동안 지어온 사람이다 보니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한복은 나의 꿈입니다.”

내겐 진심으로 한복이 꿈 그 자체다. 한복을 통해 꿈을 키웠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으니까. 그런 내가 한복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색상이다.

한복을 본격적으로 만든 뒤부터 색동옷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다. 모두 빨강 노랑 초록 등의 원색을 그대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우리 전통이라 해도 인상이 너무 강하게만 느껴졌다. 어린이 옷에만 사용하던 색동을 어른이 입을 수 있도록, 어른에게 어울리도록 색상 배합을 바꾸고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했다. 한국에선 처음 시도한 일이었다.

언제부터 전통 색동을 현대식으로 변형하고 싶다고 생각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옛날 복식 자료들을 보다가 색이 바래고 낡은 색동저고리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꼈기 때문일까. 한국의 전통 색깔을 하나씩 배워가다 보니 “어른 옷에 색동을 넣으면 안 될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석주선 박사를 찾아가 물었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정신은 살리지만 현대에 맞는 새로운 옷을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그는 전혀 망설임 없이 “당연히 그래야지”라고 대답했다.

1984년 패션쇼에서 어른을 위한 색동저고리 다섯 벌을 처음 발표했을 때가 기억난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객석의 반응을 보자 눈물이 흘렀다. 그 후 프랑스 파리에서 첫 프레타포르테 패션쇼를 열었을 때도 색동옷을 선보였고, 현지인들은 그 색의 아름다움에 놀라워했다. 한국의 옛 색동문화가 파리 패션계에서 칭찬받다니 감개가 무량했다.

세상엔 실제로 해 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게 많다. 색동옷의 색상 배합이 그런 일이다. 머릿속 배치와 실제 옷감 결과가 전혀 다르기 일쑤다. 그런 시도 끝에 옷을 완성하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넘치는 기쁨만 남는다.

올해도 새 패션쇼에 내놓을 색동옷을 만들고 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해마다 계속 새로운 색동옷을 만들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색동의 배합 앞에서 난 언제나 처음 이 일을 시작하던 가슴 뛰는 순간으로 돌아가 몇 번이고 다시 젊은 마음이 될 수 있으니까.

이영희 < 메종드 대표 leeyounghee@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