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부진 여파로 중국 시중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중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6일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총액은 작년 말 1조2744억위안(약 240조원)으로, 작년 3분기 말보다 881억위안 증가했다.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3분기 말 1.59%이던 것이 연말에는 1.67%로 높아졌다. 200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중은 2013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왔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서 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여파다.

부실채권 규모가 증가하면서 중국 은행권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헤이먼캐피털매니지먼트 창업자 카일 배스는 이달 초 “중국 은행권의 부실 여신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권의 네 배 이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0년대 후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심각성을 예측한 배스는 중국 은행이 채무 불이행으로 자산의 10% 손실을 기록한다면 은행권 자산 3조5000억달러가 증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가 금융시스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대부분 은행이 국유여서 은행권이 부실화할 조짐을 보이면 정부가 즉각 지원에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