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3층 중강당에서 열린 ‘신경근육병 환자 졸업·입학 축하 행사’에서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왼쪽)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16일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3층 중강당에서 열린 ‘신경근육병 환자 졸업·입학 축하 행사’에서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왼쪽)가 격려사를 하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소크라테스는 인간다운 삶이 좋은 집에서 잘 태어나 부유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던지는 시련과 고난을 맞으며 꿋꿋이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장애를 통해 이 같은 삶의 조건을 채울 수 있게 됐다는 데 만족합니다.”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6일 오후 3시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3층 중강당에서 열린 ‘신경근육병 환자 졸업·입학 축하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린다. 2006년 지질조사 활동 중 차량 전복사고로 전신이 마비됐지만 불굴의 의지와 재활치료를 통해 중증 장애를 극복했다.

그는 “10년 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지만 첨단 의료기술과 기기 덕분에 이전에 하던 생활을 대부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가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지만 꿈과 희망마저 구속하지는 못한다”며 “불편하지만 장애로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환자들을 격려했다.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근육병, 루게릭병 등을 앓고 있지만 공부를 계속해 대학에 입학하거나 졸업하는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신경근육병 환자 20명이 휠체어에 몸을 싣고 가족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생후 8개월에 찾아온 듀센근이영양증이라는 근육병을 앓고 있으면서 올해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는 안명환 군, 네 살 때부터 같은 질환을 앓기 시작했지만 올해 연세대 사회학과에 입학하는 강병재 군 등이 참석했다. 호흡재활치료를 받고 연세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민경현 씨도 참석해 이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건넸다.

신경근육병은 근육이 서서히 약해져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평생 휠체어나 침대에 누워서 생활해야 한다. 호흡을 위한 근육도 약해져 스스로 숨을 쉬지 못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환자들은 학업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 소장(재활의학과 교수)은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들을 위한 호흡재활치료를 시작했다. 강 교수는 “근육병 환자를 치료한 지 20년이 넘었다”며 “환자들이 조기에 호흡재활치료를 받으면 오늘의 주인공들처럼 꿈을 이루고, 주어진 생애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2012년 2월24일 호흡재활치료 500번을 기념해 처음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이날 행사 진행은 수년째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 김석훈 씨가 맡았다. 아이돌그룹 포미닛의 전지윤 씨는 이날 ‘세브란스 건강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강 교수는 “호흡 재활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나와 다르다’는 일반인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행사를 계기로 신경근육병 환자도 우리와 같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