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소속 회계사 명함을 전면 교체 중이다. 외국에서 자격증을 딴 회계사들이 법 규정을 피해 한국 공인회계사에게만 허용된 기업감사 업무를 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가 나간 뒤 나온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공인회계사법에 따르면 외국 공인회계사는 원자격국의 회계법, 국제회계법 등에 관한 자문만 할 수 있다.

▶본지 2015년 12월2일자 A31면 참조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법인 내에 공지문을 돌려 명함에 들어가는 회계사 자격 사항을 법률에 어긋나지 않도록 명확하게 표기하도록 했다. 한국 회계사 자격증 취득자는 기존처럼 공인회계사(CPA)로 표기하도록 했다. 외국 회계사 자격증 취득자는 적법한 기관에 등록한 회계사와 등록하지 않은 회계사 간에 명확한 구분을 하도록 주문했다. 적법한 기관에 등록한 회계사는 국가명과 공인회계사를 같이 표기하도록 하고, 영문으로는 CPA 뒤에 등록국가나 주를 붙여 쓰도록 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자격증을 딴 등록 회계사는 ‘미국 공인회계사(CPA licensed in US)’로 표기하는 식이다. 시험엔 합격했으나 적법한 기관에 등록하지 않은 회계사는 앞으로 공인회계사 명칭을 쓸 수 없도록 조치했다. 이들의 한글 명함에는 자격사항을 표기하지 않도록 했고, 영문 명함에는 자격사항을 표시하지 않거나 CPA 대신 ‘Accountant(일반 회계사)’로 표시하도록 했다. 등록하지 않은 외국 회계사가 공인회계사 명칭을 쓰면 공인회계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한 대다수 회계법인들은 그동안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국 공인회계사 명칭을 써왔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국내 회계법인에 공문을 보내 외국에서 자격증을 딴 회계사들이 공인회계사법을 지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회는 최근 미국에서 회계사 자격증을 딴 김모씨(39)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씨는 국내 공인회계사가 아닌데도 공인회계사 명칭을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외국 공인회계사는 8명에 불과하다. 공인회계사법 40조는 외국 공인회계사가 직무를 수행하려면 금융위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에 각각 100여명의 미국 회계사 자격증 소지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