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신림동 대학촌 주택가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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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기숙사 확충·신축 오피스텔 증가…하숙·원룸·고시텔 '위축'
신촌 일대 원룸 공실률 '쑥'…골목안 월세 10만원 떨어져
고시 폐지 기한 다가오며 신림동 고시촌 빈방 '수두룩'
신촌 일대 원룸 공실률 '쑥'…골목안 월세 10만원 떨어져
고시 폐지 기한 다가오며 신림동 고시촌 빈방 '수두룩'
서대문구 신촌, 관악구 신림동 등 서울의 대표 대학가 주택임대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신림동엔 서울대와 ‘고시촌’, 신촌엔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이 몰려 있어 예전부터 하숙과 원룸 임대가 활발하던 곳이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대학이 지방 캠퍼스를 잇따라 조성한 데 이어 서울 캠퍼스도 자체 기숙사를 크게 늘리고 대학 주변에 오피스텔까지 대거 들어서면서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을 활용한 기존 하숙이나 원룸 임대업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원룸 공실 늘어나는 신촌
새 학기를 열흘 남짓 앞둔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대현·창천동 일대엔 예상외로 빈방이 많았다. 여학생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신축 오피스텔(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95만원)들도 1~2개 정도의 빈방이 남아 있었다. 신촌로와 신촌역(M밀리오레 신촌점) 주변에는 2014~2015년 입주가 시작된 오피스텔만 1150여실에 달한다. 기존 오피스텔(927실)보다 더 많은 물량이 최근 2년 새 공급됐다.
복도를 따라 방 여러 개가 층별로 자리 잡은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을 활용한 하숙집에선 방 구하기가 더 쉽다. 대부분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다. 이화여대 인근 H공인중개 관계자는 “원룸이 12~15개 있다면 방 1~2개 정도는 늘 비어 있다”며 “지하철역에서 떨어진 골목 안쪽은 월세가 최근 10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촌 명물거리 인근 원룸촌인 멀티하우스 관계자는 “월세가 45만원인데 38만원까지 깎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룸 임대료 하락은 대학들의 기숙사 확충과 오피스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신축 기숙사(한우리집)에 2016학년도 신입생 438명을 선발했고 하반기에는 신입생 1081명, 재학생 1075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올해에만 기숙사 수용인원이 2594명 늘어난다. 연세대는 2014년부터 1학년 전체가 인천 송도국제캠퍼스 내 기숙사로 옮겨갔다. 작년 신촌캠퍼스에서도 새 기숙사 우정원(380명 수용)이 문을 열었다. 오는 8월에는 연세대 동문 쪽에 대규모 기숙사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화여대 부근 신촌자이엘라부동산의 신혜선 대표는 “기숙사 임대료와 원룸 및 하숙집 월세(30만~50만원대)가 비슷하다”며 “대학 기숙사가 늘어나면 고가의 오피스텔보다 원룸과 고시텔, 하숙 등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일부 고시원 절반이 빈방
‘고시촌(사법고시촌)’으로 불리며 북적이던 서울 관악구 신림9동(전 대학동) 일대에선 ‘임대 문의’ ‘남녀 방 있음’을 알리는 광고 벽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2008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고 2017년 사법시험 폐지 기한이 다가오면서 이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싼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관리비 포함)이면 침대 등이 갖춰진 풀옵션 원룸을 구할 수 있다. 시설이 가장 열악한 고시원은 월세가 13만~15만원까지 떨어졌다. 공실률이 50% 이상인 고시원도 상당수라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림동 임대시장의 변화는 고시 제도 변경과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외무고시가 2012년 폐지됐으며 행정고시는 선발인원이 줄었고 내년엔 사법시험도 폐지된다. 이 때문에 기존 고시촌 임대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반면 교통이 편리한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낙성대역 주변 상권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노른자위로 꼽히던 서울 시내 대학가 인근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몇 년째 그대로거나 오히려 내려가는 곳이 생기고 있다”며 “학원 수강생, 직장인, 외국인 학생 등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설지연 기자/권서현 인턴기자(서울대 4년) selenmoon@hankyung.com
새 학기를 열흘 남짓 앞둔 17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대현·창천동 일대엔 예상외로 빈방이 많았다. 여학생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신축 오피스텔(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95만원)들도 1~2개 정도의 빈방이 남아 있었다. 신촌로와 신촌역(M밀리오레 신촌점) 주변에는 2014~2015년 입주가 시작된 오피스텔만 1150여실에 달한다. 기존 오피스텔(927실)보다 더 많은 물량이 최근 2년 새 공급됐다.
복도를 따라 방 여러 개가 층별로 자리 잡은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을 활용한 하숙집에선 방 구하기가 더 쉽다. 대부분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대에서 고를 수 있다. 이화여대 인근 H공인중개 관계자는 “원룸이 12~15개 있다면 방 1~2개 정도는 늘 비어 있다”며 “지하철역에서 떨어진 골목 안쪽은 월세가 최근 10만원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촌 명물거리 인근 원룸촌인 멀티하우스 관계자는 “월세가 45만원인데 38만원까지 깎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룸 임대료 하락은 대학들의 기숙사 확충과 오피스텔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화여대는 지난달 신축 기숙사(한우리집)에 2016학년도 신입생 438명을 선발했고 하반기에는 신입생 1081명, 재학생 1075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올해에만 기숙사 수용인원이 2594명 늘어난다. 연세대는 2014년부터 1학년 전체가 인천 송도국제캠퍼스 내 기숙사로 옮겨갔다. 작년 신촌캠퍼스에서도 새 기숙사 우정원(380명 수용)이 문을 열었다. 오는 8월에는 연세대 동문 쪽에 대규모 기숙사가 완공될 예정이다.
이화여대 부근 신촌자이엘라부동산의 신혜선 대표는 “기숙사 임대료와 원룸 및 하숙집 월세(30만~50만원대)가 비슷하다”며 “대학 기숙사가 늘어나면 고가의 오피스텔보다 원룸과 고시텔, 하숙 등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림동 일부 고시원 절반이 빈방
‘고시촌(사법고시촌)’으로 불리며 북적이던 서울 관악구 신림9동(전 대학동) 일대에선 ‘임대 문의’ ‘남녀 방 있음’을 알리는 광고 벽보를 흔하게 볼 수 있다. 2008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고 2017년 사법시험 폐지 기한이 다가오면서 이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싼 가격에 방을 구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0만원(관리비 포함)이면 침대 등이 갖춰진 풀옵션 원룸을 구할 수 있다. 시설이 가장 열악한 고시원은 월세가 13만~15만원까지 떨어졌다. 공실률이 50% 이상인 고시원도 상당수라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신림동 임대시장의 변화는 고시 제도 변경과 관련이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외무고시가 2012년 폐지됐으며 행정고시는 선발인원이 줄었고 내년엔 사법시험도 폐지된다. 이 때문에 기존 고시촌 임대시장은 위축되고 있는 반면 교통이 편리한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낙성대역 주변 상권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노른자위로 꼽히던 서울 시내 대학가 인근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률이 몇 년째 그대로거나 오히려 내려가는 곳이 생기고 있다”며 “학원 수강생, 직장인, 외국인 학생 등 다양한 수요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혜정/설지연 기자/권서현 인턴기자(서울대 4년)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