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 대표의 입술이 부르텄다. 연합뉴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김 대표의 입술이 부르텄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룰을 놓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김무성 대표가 17일 정면 충돌했다. 이 위원장이 전날 발표한 ‘우선추천지역 확대’를 두고 김 대표가 “선거에서 지는 한이 있어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자 이 위원장은 “당 대표는 경선에 관여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대표는 “국민에게 수백 번 약속한 국민공천제는 절대 흔들릴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며 “그 누구도 국민과 약속한 국민공천제를 흔들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날 이 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확대 발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비공개 회의에서 이 위원장에 대해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책상을 내려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박계인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우선추천지역을 중심으로 맞춤형 인재 영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재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이 위원장의 주장이 “당헌 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김 대표와 맞섰다.

또다시 뇌관으로 떠오른 우선추천은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약자를 배려하고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지역에 적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이 위원장 안에는 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과 서울 강남벨트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비박계는 당헌 당규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당의 텃밭지역이 우선추천지역이 되면 사실상 전략공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비박계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우선추천제를 도입한 2014년 2월 상임전국위원회 발언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우선추천제에 대해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대비한 예외적인 조항”이라고 규정했다. 비박계는 이날 의원총회 소집 요구를 위한 서명 작업을 마쳤다. 비박계와 현행 공천룰의 유지를 바라는 의원까지 합세하면 친박보다 많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여차하면 의총을 통해 뒤집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사태 중재를 위해 공관위원들이 만났지만 주요 쟁점은 여전히 평행선을 그렸다. 이 위원장은 회동 뒤 전날 밝힌 광역시·도에서 1~3개 선거구를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우리의 목표다. 최대한도로 좋은 데를 찾아 그분들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말해 대구·경북과 강남벨트도 포함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동 뒤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힌 황진하 사무총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또 김 대표를 향해 “공천 관련 당 대표는 아무 권한이 없다. 과거 당 대표도 공천 안 준 적이 있다”며 “(자꾸 저렇게 관여한다면) 당 대표가 물러나든지, 내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고 각을 세웠다.

조수영/박종필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