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우량 어종 개발·양식장 첨단화 등 생산 인프라 혁신 서둘러야
협동조합은 비영리 상부상조 자주자조 자유평등 정신을 바탕으로 이뤄진 단체다. 협동조합이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벌자는 식의 생각은 쉽지 않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수산업협동조합(수협)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협중앙회는 ‘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이라는 문구를 앞세웠다. 수산업은 현재 자원 감소와 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내부 요인과 함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부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협이 역발상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돈 되는 강한 수산업의 바탕은 무엇보다 근본이 되는 바다와 어촌이 튼튼해야 한다. 수산인과 수협이 가장 앞에 서서 종어 방류, 불법어업 근절, 바다 대청소 등 수산자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바다가 살아 있어야 수산업이 존재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 전에 수협이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수산물 소비가 직격탄을 맞았다. 아직도 수산물 소비 회복은 더디다. 소비자는 비위생적이거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식품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방사능 검사, 원산지 판별 및 단속,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강화가 필수다. 비위생적으로 여겨지는 시장에서의 수산물 취급도 산지 포구에서 소비지 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유통과 판매에 철저한 위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등과 같은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수산업의 고도화도 늦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 앞바다에서도 넙치, 전복뿐만 아니라 참다랑어, 연어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신규 어종을 양식해 높아지는 소비자 미식 수준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량 종어를 개발하고 양식장 첨단화 등 생산 인프라 혁신을 이뤄야 한다. 이제 정성스럽게 고기를 다듬는 어촌 노동력은 거의 찾기 어렵다. 따라서 수산업의 자동화, 기계화를 위한 기자재 분야 육성을 통해 생산, 가공, 유통, 물류 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다행히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귀어(歸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귀한 식재료인 전복 양식이 성공하며 수출도 하고 있다. 다른 수산물도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대표적인 게 김 수출이다. 지난해 김 수출은 3억달러를 넘었다. 작년 한국의 축산물 수출이 5억달러 정도이니 김산업은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양식이라는 바다 농업을 일궈냈다. 여기에 지금까지 일본 자본과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김 수출 시장을 태국, 중국, 미국 등으로 다변화한 것도 큰 성과다.

중요한 게 남았다. ‘돈 되는 수산’을 위해선 금융이 필수다. 수협은행이다. 수협은행은 총자산 24조원 정도의 외적 성장을 했지만 적자 영업, 부실 및 부당 대출 등 이미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더구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협법 개정안이 올해 말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은행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급박한 시점이다. 수협은행에서 번 돈으로 어민을 돕고 수산업을 수출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수협은행의 개선은 필수다.

지금 세계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저성장 및 디플레이션과 같은 어두운 그림자가 일반 제조업뿐만 아니라 식량산업에도 다가오고 있다. 이제 수산인들이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수협은 강한 수협으로 거듭나면서 돈 되는 수산을 육성하는 기업적 결사체가 돼야 할 것이다.

장영수 <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