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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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수협, 돈 되는 수산.’

지난해부터 수협중앙회가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협동조합은 원래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은 아니다. 협동조합의 기본은 자본금이 아니라 인적 자원이다.

하지만 수협은 지난해부터 ‘돈’을 벌기로 했다. 조직의 정체성을 바꾼 것이다. 어선의 노후화, 어업 인구의 고령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수입 수산물 공세 등으로 한국 해양수산업이 수년째 성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금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어업 진흥 정책을 펼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협은 올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다. 그중 하나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다. 기존의 낡고 냄새 나는 시장을 신축한 현대화 시장으로 옮겨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부지에는 복합리조트를 짓기로 했다. 고급 호텔, 오피스텔, 아쿠아리움 등으로 채워진 복합리조트가 문을 열면 연 1500억원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수협은 기대하고 있다.

○100년 전통의 수협

200여개의 어촌계(어업을 영위하는 마을 공동체)를 기반으로 조직된 수협의 전신은 1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협의 효시는 1908년 거제어업조합인 거제한산가조어기조합(巨濟閑山加助漁基組合)이다. 이를 발판으로 어업 조합은 급속히 커졌다.

수협이 공식적으로 출범한 것은 1962년 수협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설립 초기 수협의 ‘제1 존재 목적’은 어촌 빈곤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온 ‘객주(중간 상인)’ 세력의 횡포로부터 어민을 보호하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주로 위판과 공판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갔다. 어민들은 수협에 수산물을 위탁 판매해 객주로부터 독립해 생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이후 수협은 어업인에게 필요한 자금 공급을 위한 신용사업과 재해·재난으로부터 어업인을 보호하기 위한 공제 사업 등을 펼치며 한국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으로 성장해왔다.

○노량진시장 현대화 작업 내달 마무리

수협은 다음달까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1971년 개장한 노량진수산시장은 45년이 흐른 지금 크게 낙후돼 있다. 시설이 낡아 생선이 썩으면서 나는 비린내도 심하다. 2006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호탄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작업이 시작된 이유다.

수협은 총 사업비 2241억원을 들여 낡은 노량진수산시장을 깨끗한 현대식 건물로 바꾸고,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 코스도 따로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냄새가 심한 수산물 가공처리장과 제빙실, 냉동창고는 모두 지하로 들어간다. 깨끗해진 지상엔 상점과 주차장, 사무실을 들인다. 1층에는 경매장과 수산물 소매점, 2층엔 식당과 건어물 판매시설, 시장 홍보관 등이 들어선다. 지하 2층~지상4층은 주차장, 5~6층은 수산시장 사무실과 중도매인 사무실 등으로 채워진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 코스도 새로 만든다. 2층엔 수산물 경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매 관람로를, 3층엔 한강과 여의도 조망권을 활용한 포토존과 카페 등을 조성한다. 4층엔 분수를 설치하고 5층엔 야외 정원과 식당가를 꾸며 각종 문화행사와 예술공연을 할 수 있게 했다.

수협은 수산시장 현대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재 하루 평균 3만명 수준인 방문객이 내년엔 3만2000명으로 늘고, 2020년엔 4만명까지 불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루 평균 외국인 방문 인원 역시 내년 800명에서 2020년 20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리조트로 연 1500억원 수익

노량진수산시장이 새 건물에 입주하면 기존 부지(4만8233㎡)에는 복합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게 수협의 복안이다. 복합 테마파크에 쇼핑몰은 물론 면세점, 호텔, 아쿠아리움, 공연장, 해양박물관, 놀이공원 등을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의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자 공모에 나섰다가 탈락한 만큼 허가가 필요한 카지노 사업은 빼기로 했다. 복합리조트를 토대로 한강과 서해를 잇는 경인아라뱃길에 여행객을 유치하고, 한강 유람선·공원 등을 연계한 관광상품도 개발한다.

수협은 이 복합리조트가 완공되면 기존 수산시장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복합리조트와 인접한 노량진수산시장을 동대문처럼 심야에 관광할 수 있는 체험형 관광시장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강~여의도~노량진수산시장~복합리조트~노량진 학원가를 연계해 서울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김임권 수협중앙회 회장은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른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지금은 수산물만 소비하고 돌아간다”며 “노량진에 고급 식당을 입점시키고 1400여실의 호텔과 공연장, 샛강을 잇는 다리를 놓아 여의도와 연결하면 이 자체로 훌륭한 관광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건을 구매한 뒤 그 자리에서 세금을 환급해주는 사후 환급 방식의 사후면세점도 들인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면세점이 입점하면 요우커를 유인할 최적의 조건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수협은 복합테마파크가 완공되면 연간 1500억원의 추가 수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복합 테마파크를 통해 번 돈은 일부 공적 자금 반환 용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자원 보호와 어업인 지원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미/김재후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