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순간순간 소원을 빈다. 무지개가 뜰 때, 둥글고 큰 달이 떴을 때, 별똥별이 떨어질 때 그렇다. 예전에는 마을에 있는 커다란 나무와 바위에 소원을 빌기도 했다. 나아가 사람들은 돌을 하나씩 얹으며 자신이 기원하는 바와 타인이 기원하는 바를 모아 탑을 세웠다. 이는 아주 원초적인 건축 행위다. 그런데 왜 다른 것도 아니고 돌이었을까? 아마도 소원이 쉽게 깨지지 않도록 단단한 물질이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쌓인 돌탑도, 사람들이 직접 들어가서 기도하는 종교 건축물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강한 재료로 만들었다.아주 약한 재료로 지어진 기도의 공간이 있다. 1995년 일본 고베 나가타에는 종이로 지어진 성당이 있었다. 이 성당은 10×15㎡ 면적에 길이 5m, 지름 33㎝ 지관통(종이튜브)을 기둥으로 사용해 타원형 공간을 조성했다.이 공간은 80석을 배치할 수 있는 규모로, 타원의 면에는 기둥 간격을 넓게 둬 외부와의 연계성을 확보했다. 직사각형 땅을 둘러싼 폴리카보네이트 벽체와 타원형 공간 사이에는 복도가 형성돼 본당으로 들어가기 전, 이 공간을 통과하는 경험을 유발해 이 간단한 성당에서도 종교적 시퀀스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천막으로 조성된 지붕은 본당 내부에 은은한 빛을 들이며 신성한 분위기를 더했다.또 다른 성당은 2013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지어졌다. 고베 성당이 지관통을 기둥으로 활용했다면 이곳에서는 지관통 96개를 천장에 사용해 전체 공간이 A자형 구조를 갖출 수 있게 했다. 외관에서 삼각형의 조형성이 돋보이는 이 성당은 컨테이너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살짝 틈을 둬 설치된 지관통 사이로는 외부 빛이 스며들어 오고, 성당 전면의
수업이 끝난 오후 ‘텅 빈 학교 운동장엔 태극기만 펄럭이고’ 하릴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가는 길’은 왜 그리도 먼지. 당시 20㎞를 왕복해서 걸어 다녔던 신작로 길은 아직도 구석구석 눈에 훤할 정도다. 초등학교 6년을 내내 걸어 다녔으니까. 그 시절 땅거미가 지고 어스름이 깊어지는 해 질 녘 풍경은 감성을 폭발시키는 촉매제 같은 것이었다. 동네에 가까워지면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누군가의 집에서 저녁 먹으라고 불러대던 어머니의 목소리. 시골 신작로 길에서 손에 흙을 잔뜩 묻힌 아이들이 삼삼오오 집으로 내달려갔다.이병우의 ‘혼자 갖는 茶(차) 시간을 위하여’는 이런 풍경을 머릿속에 형상화시켜 드러낸다. 몇 년 전 우연히 LP로 듣고 싶어 구입했는데 음질이 이상해서 포기했다. 대신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을 구했다. 두 앨범 모두 잠을 청할 때 CD로 자주 듣던 앨범이다. 지금은 세월과 함께 커버가 누렇게 변했지만, 이 앨범들을 듣고 있으면 유년 시절의 그 정감 어린 저녁 풍경이 머릿속에 둥실 떠오른다.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시간.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면 모든 사물이 내가 알던 그것이었는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항상 내 곁에 있었던 친숙한 개의 실루엣만이 형체를 알려주지만, 그것이 내가 키우던 개인지 아니면 해 질 녘을 틈타 내려온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은 내가 알던 것이 뭔가 낯설고 때론 섬뜩해 보이기까지 하는 시간을 말한다.그러나 전망 좋은 호숫가의 낙조(落照)를 어렴풋이 바라본 적이 있다면 그 시간이 꼭 낯설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시간
10월 3일 개천절마다 참성단에서 단군조선 건국을 기리는 행사를 보고자란 우리 민족에게 이보다 익숙한 산은 없다. 바로 인천 강화 마니산이다. 고도 472.1m로 등산 고수들에게 도전의 열의를 일으키는 높이도 아니고 접근이 쉬워 주말 여유로운 산행처로 적당한 것도 아닌데 마니산은 산 좋아하는 이들에게 명산 중 명산으로 통한다.그도 그럴 것이 마니산은 기 돋우는 명산으로 유명하다.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마니산은 ‘기(氣)를 폭포수처럼 분출하는 생기처(生氣處)’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생기처'로 불리는 곳은 여럿 있다. 경북 김천의 오백년 고찰 직지사와 태백산 문수봉, 오대산 적멸보궁 등이다. 개천절 행사가 괜히 마니산을 터로 삼은 것이 아니다.기운 좋다 하니 무속인들이 의식을 지내러 자주 찾고 안전사고도 빈번해 2019년 참성단 통행을 금지하다 2023년 다시 일반에 개방했다. 새해를 맞아 첫 등산지로 찾은 참성단 계단 앞에서 먼저 둘러보고 내려오던 등산객이 "올라가면 가슴 뻥 뚫립니다"며 모르는 이들을 향해 인사를 건네고 싶어질 정도로 산 기운이 호탕하다. 바위산의 위엄과 바다를 품은 장관 서울역을 중심으로 마니산관광단지 입구까지 대중교통으로 이동 시간은 2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지하철을 타고 김포골드라인 구래역에서 내린 뒤 지역 버스 71번을 타고 초지대교를 건너면 관광단지입구까지 간다. 입구에서 마주한 마니산은 하늘을 향해 다소곳하게 두 손을 뻗은 모양새다.마니산은 입장료를 받는다. 성인은 2000원이다. 초입에는 식당과 편의점이 있어 요깃거리나 간단한 등산용품을 판다. 날이 좀 풀려 특별한 장비 없이 떠난 산행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