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UN 공개회의에서 북한의 UN 회원국 자격에 문제를 제기했다.

오준 UN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UN 헌장의 원칙과 목표에 대한 존중’ 공개 토의에서 “UN 가입 때의 의무를 위반한 북한이 과연 UN 회원국이 될 자격이 있는지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충희 차석대사도 16일 UN헌장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UN의 권능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은 UN 헌장에 대한 모욕”이라며 “북한의 UN 회원국 자격에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UN 헌장 관련 회의에선 한국 외 다른 일부 국가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잇따라 강행한 북한에 대해 ‘UN 가입 당시 서약한 헌장 존중 의무를 위반했다’고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남북이 동시에 UN에 가입한 이후 한국이 북한의 UN 회원국 자격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N 한국대표부 외교관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WMD) 실험으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에 대한 압박 차원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실험 관련 결의 1718·1874·2087·2094호를 통해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을 UN 무대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국제사회 일각에서 제기돼 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캐서린 문 연구원은 최근 북한이 UN 안보리 규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을 UN 회원국에서 축출하고, 수교국들은 평양 주재 대사를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UN 헌장 제2장의 5조와 6조는 회원국의 자격 정지 및 축출 규정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UN 수립 이후 회원국 축출이 이뤄진 적이 없고 만약 한국이 실제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UN 무대 퇴출은 이뤄지기 힘들 전망이다. 외교부도 북한의 UN 자격 정지를 위한 조치는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