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는 지난 3일 장 마감 후 작년 4분기에 23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유가 급락으로 자원·원자재 사업 부문에서 631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다 자원개발 관련 광업권과 투자자산 평가액을 3000억원가량 낮춘 탓(손상차손)이다. 하지만 실적 발표 다음날인 4일 주가가 5.78% 뛰는 등 최근 한 달 새(1월21일~2월19일) 25.8% 오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LG상사, 2천억 적자에도 주가 25% 오른 까닭
◆LG그룹 내 유일한 물류회사

LG상사는 지난주(15~19일)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세가 이어지며 7.86% 오른 3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4분기 큰 폭의 적자에도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손상차손으로 자원개발 부문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지난해 이뤄진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상사는 작년 5월 비상장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 지분 51%를 3147억원에 인수했다. LG상사의 자회사가 된 범한판토스는 같은 해 10월 LG전자의 물류 자회사 하이로지스틱스를 1054억원(지분 100%)에 사들였다.

범한판토스와 하이로지스틱스는 LG그룹 물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LG전자의 연간 물류비는 1조5641억원에 이른다. LG화학(4303억원)과 LG디스플레이(1999억원) 등 다른 계열사들도 연간 수천억원대의 물류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범한판토스(해상 및 항공화물)의 매출 중 LG그룹 물량 비중은 60%, 하이로지스틱스(육상)는 80% 수준이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로지스틱스의 실적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LG상사에 반영될 것”이라며 “LG그룹 내 유일한 물류회사라는 점이 주가에 호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몰아주기’ 벗어난 기업 강세

LG상사가 LG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 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상사는 LG그룹 지주사인 (주)LG의 자회사에 속해있지 않다. 구본무 LG 회장 등 총수 일가(지분 27.6%)가 주요 주주다. 자회사로 편입된 범한판토스가 계열사 내부 거래를 늘려도 공정거래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규제(지분의 30%)를 피할 수 있다.

배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열사 간 내부 거래에 대한 제한이 없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역할을 범한판토스가 하면서 LG상사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연구원은 범한판토스의 지분 가치가 1조원 수준(9958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평가했다.

증권업계는 LG상사가 범한판토스의 기업가치를 더 높인 뒤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주)LG 상무는 범한판토스의 지분 7%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벗어난 다른 물류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다. 한익스프레스는 지난 19일 12만8000원에 마감해 1년 전(4만4000원)보다 190% 올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 씨 등이 이 회사 지분 50.77%를 갖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한화그룹 기업 집단에 속해있지 않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회사 매출의 절반가량이 한화그룹의 물류 관련 사업에서 나온다.

업계에선 2014년 한화와 삼성의 빅딜로 지난해부터 물류사업의 실적 개선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3216억원, 2014년 3586억원이었던 한익스프레스 매출은 지난해 1~3분기에 3181억원을 기록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