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S 기술로 의학혁명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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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가? 연세의생명원연구원 백순명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유전자분석기술)와 암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백 원장은 1957년생으로 1981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를 거쳐 1995년부터 미국 NSABP(National Surgical Adjuvant Breast and Bowel Project)에서 유방암 연구에 헌신했다. NSABP는 전세계 유방암과 대장암 치료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곳. 어떤 환자에게 어떤 수술과 항암제가 도움이 되는지 각종 임상연구를 통해 치료지침을 제시한다.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Oncotype Dx’라는 유방암 유전자 테스트를 개발해낸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유방암 환자들은 유전자 타입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가량이 불필요한 항암제 치료로 효과는 누리지 못하면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Oncotype Dx 등 암 유전자 진단기술의 등장으로 항암제도 맞춤형으로 골라서 맞는 시대가 됐다.
암 유전자의 분석에 절대적으로 기여해 표적치료를 탄생시킨 기술이 바로 NGS(차세대 유전자 분석기술)다.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값싸게 암환자의 암 덩어리에서 떼어낸 암세포 속의 유전자들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거쳐 국내 의료계에 도입된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의 아이온 PGM Dx 장비를 통해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다. 비용이나 시간절감 못지않게 중요한 암세포의 유전자 분포와 변화양상까지 파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PGM은 반도체 칩을 사용해 양성자를 분석하는 원리로 단 시간 내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첨단 NGS 장비다. 미국 NCI-MATCH 및 NCI-MPACT 프로젝트와 일본 SCRUM JAPAN 프로젝트 등 선진국에서도 이 장비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암 유전자 분석에 나서고 있다.
놀랍게도 암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동일한 환자라도 암세포가 지닌 유전자가 다양하다. 또한 이러한 유전자의 비율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혹은 특정 항암제 치료 후 시시각각 변한다. 암이 어려운 이유다. 똑같은 폐암 2기인데 누구는 A라는 항암제에 반응하고 누구는 B라는 항암제에 반응한다. 아니면 A나 B 모두에 반응하지 않기도 한다. 또는 처음엔 A나 B에 반응했다가 나중엔 반응하지 않고 내성을 보이면서 급속도로 증식하거나 전이해서 생명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암세포의 유전자가 다양하며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자레벨까지 정량화할 수 있는NGS는 이처럼 신출귀몰한 암세포의 베일을 벗겨낼 단초를 제공한다.
치료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NGS를 통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라는 유전자가 있다면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표적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제를 투여한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이른바 표적치료다. 아울러 미량의 유전자 조각까지 찾아낼 수 있으므로 안젤리나 졸리처럼 특정 암의 발생을 미리 예측하거나 암 치료 후 재발여부를 일찍 알아내는 용도로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그의 연구실에 NGS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우선 삼중음성(三重陰性, triple negative) 유방암의 허셉틴 치료가 눈에 띈다. 삼중음성 유방암이란 유방암 수용체 가운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HER2의 세가지 모두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유방암이다. 항암제가 공격할 표적이 하나도 없으므로 현재로선 난치병 유방암으로 분류되며 예후가 좋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3,700여 명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셉틴 투여를 연구 중이며 내년께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지침을 바꾸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암과 폐암에서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타입의 표적과 이를 파괴할 수 있는 약물을 동시에 찾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대장암과 프로바이오틱스와의 관련성 연구도 있다. 이들 모두 NGS를 통한 유전자 분석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대 문명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식자층의 비아냥거림이 있다. “IT는 빵을 만들지도 암을 치료하지도 못한다”라고. 그러나 NGS에 오면 말이 달라진다. 오늘날 암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표적 항암제는 NGS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NGS의 첨단의학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우리에겐 작은 행운이란 것이다. 지금 같은 발전속도라면 훨씬 다양한 부위의 암에 대해 광범위한 유전자 분석이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록 운이 없어 암에 걸린다 하더라도 정교한 맞춤형 표적치료를 통해 완치에 가까운 효능을 누릴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당대에서 암의 상당부분이 극복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백 원장은 1957년생으로 1981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를 거쳐 1995년부터 미국 NSABP(National Surgical Adjuvant Breast and Bowel Project)에서 유방암 연구에 헌신했다. NSABP는 전세계 유방암과 대장암 치료의 표준을 만들어내는 곳. 어떤 환자에게 어떤 수술과 항암제가 도움이 되는지 각종 임상연구를 통해 치료지침을 제시한다.
그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Oncotype Dx’라는 유방암 유전자 테스트를 개발해낸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유방암 환자들은 유전자 타입에 관계없이 획일적으로 항암제 치료를 받았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가량이 불필요한 항암제 치료로 효과는 누리지 못하면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Oncotype Dx 등 암 유전자 진단기술의 등장으로 항암제도 맞춤형으로 골라서 맞는 시대가 됐다.
암 유전자의 분석에 절대적으로 기여해 표적치료를 탄생시킨 기술이 바로 NGS(차세대 유전자 분석기술)다.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값싸게 암환자의 암 덩어리에서 떼어낸 암세포 속의 유전자들을 낱낱이 밝혀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거쳐 국내 의료계에 도입된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의 아이온 PGM Dx 장비를 통해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다. 비용이나 시간절감 못지않게 중요한 암세포의 유전자 분포와 변화양상까지 파악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PGM은 반도체 칩을 사용해 양성자를 분석하는 원리로 단 시간 내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첨단 NGS 장비다. 미국 NCI-MATCH 및 NCI-MPACT 프로젝트와 일본 SCRUM JAPAN 프로젝트 등 선진국에서도 이 장비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암 유전자 분석에 나서고 있다.
놀랍게도 암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동일한 환자라도 암세포가 지닌 유전자가 다양하다. 또한 이러한 유전자의 비율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혹은 특정 항암제 치료 후 시시각각 변한다. 암이 어려운 이유다. 똑같은 폐암 2기인데 누구는 A라는 항암제에 반응하고 누구는 B라는 항암제에 반응한다. 아니면 A나 B 모두에 반응하지 않기도 한다. 또는 처음엔 A나 B에 반응했다가 나중엔 반응하지 않고 내성을 보이면서 급속도로 증식하거나 전이해서 생명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암세포의 유전자가 다양하며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자레벨까지 정량화할 수 있는NGS는 이처럼 신출귀몰한 암세포의 베일을 벗겨낼 단초를 제공한다.
치료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NGS를 통해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A라는 유전자가 있다면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표적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항암제를 투여한다.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이른바 표적치료다. 아울러 미량의 유전자 조각까지 찾아낼 수 있으므로 안젤리나 졸리처럼 특정 암의 발생을 미리 예측하거나 암 치료 후 재발여부를 일찍 알아내는 용도로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그의 연구실에 NGS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우선 삼중음성(三重陰性, triple negative) 유방암의 허셉틴 치료가 눈에 띈다. 삼중음성 유방암이란 유방암 수용체 가운데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HER2의 세가지 모두에서 음성으로 판정된 유방암이다. 항암제가 공격할 표적이 하나도 없으므로 현재로선 난치병 유방암으로 분류되며 예후가 좋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3,700여 명의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허셉틴 투여를 연구 중이며 내년께 최종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지침을 바꾸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암과 폐암에서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타입의 표적과 이를 파괴할 수 있는 약물을 동시에 찾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대장암과 프로바이오틱스와의 관련성 연구도 있다. 이들 모두 NGS를 통한 유전자 분석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대 문명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 혁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식자층의 비아냥거림이 있다. “IT는 빵을 만들지도 암을 치료하지도 못한다”라고. 그러나 NGS에 오면 말이 달라진다. 오늘날 암환자들의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표적 항암제는 NGS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NGS의 첨단의학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우리에겐 작은 행운이란 것이다. 지금 같은 발전속도라면 훨씬 다양한 부위의 암에 대해 광범위한 유전자 분석이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록 운이 없어 암에 걸린다 하더라도 정교한 맞춤형 표적치료를 통해 완치에 가까운 효능을 누릴 수 있다. 어쩌면 우리 당대에서 암의 상당부분이 극복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