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난관에 부닥쳤다고 한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주식 보유 한도를 현행 4%(의결권이 있는 주식 기준)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회사가 대주주로서 인터넷은행을 경영할 길이 열릴 것으로 믿었던 예비인가 사업자들만 황당하게 됐다. 인터넷은행이 제대로 출발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KT뱅크, 카카오뱅크 등이 은행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인터넷은행 인가를 신청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모든 게 뒤틀리고 있다. 두 인터넷은행은 당장 CEO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이 출범했을 때부터 예고됐던 상황이다. KT, 카카오가 사업을 주도한다지만 출발부터 지분구조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KT뱅크는 KT 지분이 8%(의결권 있는 지분은 4%)에 불과한 반면 우리은행, 한화생명, GS리테일, 다날 등이 10%씩 지분을 가진 공동 1대 주주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50%로 1대 주주이고 정작 카카오는 주식 10%(의결권 있는 지분은 4%)를 보유할 뿐이다. 책임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각 사업자는 본인가 시 증자를 통해 주주관계를 명확히 하기로 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은행법 개정이 전제다. 만약 법 개정이 그때까지 안 되면 비금융주력자로선 굳이 그럴 유인이 없다. 최악의 경우 인터넷은행 제도가 기존 금융회사에 두 개의 은행 면허를 주는 꼴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다는 게 이렇게도 어렵다. 대통령은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리고 살릴 것만 살리자고 했다.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심사’ 방식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그게 먹히지 않는다. 70여개사가 참여한다는 핀테크협회가 오죽하면 초대회장으로 전직 감독기관장을 영입하려고 했겠나. 밖에서는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발(發) ‘금융빅뱅’이 벌어지는데 한국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인터넷은행도 못 하면서 무슨 금융규제 개혁을 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