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환경운동가 등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홍모씨와 배모씨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24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시민단체 활동가 김모씨(50)는 또 다른 공사 방해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40만원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홍씨 등은 2012년 7월 제주 서귀포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공사현장에서 35분간 골재 투하 작업을 막아 공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사업부지 경계 바깥에서 공사가 진행됐다는 이유로 작업을 방해했다. 이들은 제주도와 경계 측량을 해보자고 결정을 한 상태에서 작업 차량이 갑자기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공사 진행을 막은 것을 정당 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등을 모두 갖춘 정당행위가 아니다”며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경계 측량 요구가 받아들여져 공사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소극적으로 앉아있기만 해 업무 방해 정도가 심하지 않고 골재를 투하하면 원상회복이 곤란해 보인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열린 3심에서 공사 방해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3심 재판부는 “해군이나 공사업체가 경계 측량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하지 않았고 원상회복이 어렵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이유를 들었다. 이후 진행된 파기환송심은 홍씨 등에게 각각 벌금 24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다시 상고해 이번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