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체제를 도입한 일부 국가에서 은행 예금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뒤 일본에서는 값비싼 금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일본 가구회사 시마추가 파는 방수·방염 기능을 갖춘 700달러짜리 금고는 주문이 쏟아져 품절 상태다. 이 회사 직원 마리코 시모카와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면서 사람들이 (은행에 이자를 떼이는 대신) 침대 밑에 현금으로 보관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금고회사 디플로매트의 일본지사도 최근 금고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WSJ에 설명했다.

스위스에서는 고액권 수요가 크게 늘었다. 작년 12월 기준 세계 최고액권인 1000스위스프랑(약 124만원) 유통량은 스위스중앙은행(SNB)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 전인 2014년 11월보다 11% 증가했다. 마이너스 금리 체제에서는 이자율 0%인 현금의 수익성이 더 높아 현금으로 자산가치를 보전하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제이사프라사라신은행의 카르스텐 유니우스 수석경제분석가는 “고액권 유통이 늘어나는 것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