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박근혜 정부 3년, 새로운 도전 극복의 발판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이를 ‘위협 요소들의 위험한 칵테일’에 비유한 바 있다. 위기가 복합적이고 중첩돼 있어서, 언제 어디로 어떻게 번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터지더니, 이제 중동 산유국들이 저(低)유가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실물위기로 전이될 조짐이다. 이 와중에 유럽은 금융회사 부실 가능성 탓에 “두 번째 위기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위기가 전 세계를 한 바퀴 돌아 중국까지 전염된 상황에서, 오는 25일이면 박근혜 정부도 출범 3주년이다. 국정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더 커지는 시기가 시작된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경제가 이 엄청난 ‘칵테일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잘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눈앞의 위기를 틀어막느라 임시대응책에 급급할 때 현 정부는 처음부터 경제혁신을 통한 근본적인 경제 체질 변화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제시한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 경제, 내수·수출 균형 경제라는 3대 목표가 그것이다.

이 3개년 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전국에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해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린 것이야말로 과거 정부와 질적으로 차별화된 성과라고 생각한다. 창조경제와 연계시켜 창업을 장려한 결과 신설법인 숫자는 9만개에 달하고 벤처기업 숫자는 3만개가 됐다. 창업은 경제에서 일종의 세포분열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왕성한 세포분열은 그만큼 우리 경제가 건강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핀테크(금융+기술) 육성과 인터넷은행 출범 등을 포함한 금융개혁도 국민들이 체감하기 좋은 변화들이다. 해외 직접투자가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영토는 세계 3위로 넓어지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투자 여건이 개선된 것도 눈에 띈다. 고용 부문은 아직 국민 만족도가 낮지만, 고용률이 역대 최대인 65.7%로 올라섰고, 임금피크제가 전 공공기관은 물론 많은 대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청년 고용의 물꼬가 트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가계부채 논란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의 주택 거래량이 최악의 경기 부진을 막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아울러 S&P나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위기 시 방파제가 튼튼해졌다는 것도 큰 다행이다. 무디스가 우리에게 부여한 ‘Aa2’ 등급은 전체 등급 중 위에서 세 번째이고, 역대 최고다.

물론 앞으로 갈 길 또한 만만치 않다. 위기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하지만 완화적 거시정책을 포함한 단기적 내수 부양책을 잘 시행하면서 4대 개혁으로 대표되는 중장기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힘들어진 기업과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면 우리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나름대로 선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3.1%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을 반등시키는 것에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축소되면서 각국은 내수 육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기 때문에 수출도 중간재보다는 해당국 내수 시장 공략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우리의 강점인 FTA, 특히 지난해 말 발효된 한·중 FTA를 침체된 수출의 돌파구로 본격 활용하는 전략도 긴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풍, 외풍에다가 북풍까지 불면서 온갖 바람에 시달리고 있다. 그럴수록 위기 극복과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해 정치권을 포함한 전 국민적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에 대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한 방향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경제 살리기 동력이 극대화되고, 힘의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주체 간 목표, 방향, 행동의 정합성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 민간위원장 chyun3344@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