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원빈·이나영 같은 '작은 결혼식' 돕는다
대구시 범어동에 사는 유모씨(28)는 최근 아주 색다른 결혼식에 다녀왔다. 주례사와 축가, 사진촬영, 폐백 등의 뻔한 결혼식이 아니었다. 예식장은 레스토랑을 빌려 사용했고 축의금은 따로 받는 사람이 없었다. 식사는 신랑신부가 직접 포장한 떡과 과자가 전부였다. 테이블마다 와인 한 병이 놓였고 먹고 남은 과자나 와인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결혼식장은 화려한 장식 없이 화분 몇 개가 전부였으며 스냅사진으로 기록을 남겼다. 대관료, 촬영비, 드레스비가 없는 ‘작은 결혼식’이었다.

유씨는 “결혼식장에서 인사만 하고 식사하기 바쁜 기존의 예식문화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여유롭게 하객들과 함께하는 결혼식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최근 젊은이들이 새로운 경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작은 결혼식’ 확산에 나섰다. 고비용 혼례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시는 이를 위해 공공기관 회의실과 금호강 하중도 코스모스밭, 신천 둔치, 시내공원 등 야외공간을 작은 결혼식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개방하기로 했다. 시는 작은 결혼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 업체’를 선정해 공공기관에서 하는 결혼식을 우선 주관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가 발간하는 작은 결혼식 가이드북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해주기로 했다.

시는 2월 말까지 모집해 다음달부터 시범적으로 작은 결혼식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청을 희망하는 업체는 작은 결혼식을 위한 아이디어와 기획안, 결혼식 예산안, 실적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하영숙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관은 “시가 작은 결혼식 확산에 직접 나선 것은 젊은 층의 결혼기피 원인 중 하나인 결혼식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시와 업계에 따르면 예식비용은 주택 예단 예물을 제외하고도 평균 300만~1500만원에 이른다. 한국여성가족정책연구원의 작년 말 조사에 따르면 작은 결혼식 확산을 위해서는 예식장과 결혼물품 대여 등 공공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 관계자는 “최근 예식장이나 호텔을 벗어나 야외나 식당에서 작은 결혼식을 선호하는 사람들과 이를 기획하는 웨딩업체가 점차 늘고 있다”며 “다양한 야외공간을 확보해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