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중국 대사 '협박'에 야당은 침묵했는가
무례하기 짝이 없다. 한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계획을 비난하며 ‘항장무검(項莊舞劍)’이라는 고사성어를 꺼내든 건 중국 외교부 장관이다. 한국이 미국의 사주를 받아 중국의 목숨을 노린 칼춤을 춘다는 뜻인데, 참 안하무인이다.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의 외교 총책이 이토록 몰상식한 표현을 동원해 이웃을 비난하니 나머지는 말하면 뭐 하겠는가.

중국 신문은 연일 협박과 으름장이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위협은 약과다. 전쟁이 나면 중국도 끝까지 갈 것이라는 사설에 이르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엊그제는 주한 대사라는 자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 대표를 찾아가 한국 정부에 공개 협박을 쏟아놓고 갔다. 중국이 얼마나 웃자란 나라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본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다. 중국은 그런데도 북한 제재는 뒷전에 두고 도리어 공포에 떨고 있는 나라를 욕보이고 있다. 북한의 공갈에 중국의 겁박, 이게 무슨 조합인지.

사드는 방어용 무기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마치 자신들의 대미(對美) 핵전력과 방어 전략이 한순간에 무력화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그건 중국의 생각일 뿐이다.

사드 레이더는 전진배치 모드(FBM)와 종말 모드(TM)로 구성돼 있다.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FBM이다. 중국 대부분 지역이 미국의 손바닥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FBM은 장거리 미사일에 유효한 탐지장비일 뿐이다. 북한이 한국에 쏠 수도 있는 미사일은 고도가 낮고 사거리가 짧아 TM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TM만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지 않았는가.

게다가 TM의 탐지각도는 90도에 불과하다. 북한을 겨냥하면 중국의 움직임은 파악할 수 없다. 두 레이더는 하드웨어가 같아 TM을 FBM으로 전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환에 걸리는 시간이 여덟 시간이다. FBM으로 전환하면 그 사이 북한에 대한 탐지는 ‘먹통’이 된다는 얘기다. 주적의 움직임을 놓치는데 한국이 그걸 용인할 리 없다. 중국의 미국 본토 공격도 마찬가지다. 지구는 둥글다.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한반도 상공이나 태평양을 건너가지 않는다. 북극권을 관통하게 돼 있다. 한반도 TM은 중국의 ICBM을 관측할 수 없다. 중국의 대미 핵전력 무력화 걱정도 기우라는 얘기다.

정작 비난받을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이 유사시 북한을 지원할 미사일은 500여기다. 한국과 미군의 공군기지를 파괴하고 항공모함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이다. 뿐만 아니다. 중국이 미국 손바닥 안에 있는 게 아니라, 한국과 미군기지가 중국 손바닥에 있다. 탐지거리 5500㎞의 레이더가 배치돼 있고, 새로 배치한 레이더는 400~500㎞ 안의 미국 스텔스기 F-22, F-35까지 탐지할 수 있다. 한국에는 중국의 미사일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중국이 이렇게 강력한 군사 시스템을 확보하면서 한 번이라도 이웃에 괜찮은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결국 사드에 대한 중국의 얼토당토않은 태도는 한국 길들이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떼어놓는 데 성공한 중국이다. 그런 한국이 북한의 도발로 다시 중국과 멀어져 한·미·일 안보체제가 강화된다면 중국으로선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윽박질러 한국을 사정없이 흔들어보자는 게 중국의 노림수다. 한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계산이다. 마침 한국 내에서도 중국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가며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적지 않다. 경제 제재에 관광 제재까지, 없는 얘기까지 지어낸다. 중국 정부가 오죽하면 주한 대사에게 야당 대표를 찾아가 이간질을 하라고 했겠는가.

문제는 중국만이 아니다. 중국이야 북한을 늘 치마 뒤에 숨겨준 나라 아닌가. 정작 문제는 한국의 야당이다. 야당 대표라는 사람이 중국의 ‘확성기 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야당 대표는 중국 대사의 협박에 어떤 얘기를 했는지 스스로 밝힐 일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