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허점 많아도 무서운 중국 기업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 마련된 중국 업체들의 부스마다 관람객들로 붐볐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국내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업체 전시장보다 중국 업체 부스에 관람객이 더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관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를 꼼꼼히 챙겨보면 허점 또한 많았다. 중국 ZTE는 부스에서 민망한 일을 겪었다. 이곳에는 ZTE의 스마트워치인 ‘악손워치’ 여덟 개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제품을 만져보니 작동하지 않았다. 아예 전원조차 켜지지 않았다. 옆에 있는 다른 제품을 만져봤지만 마찬가지로 먹통이었다. 총 여덟 개의 스마트워치 중 한 개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개는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국제 전시 행사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ZTE 전시 담당 직원에게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니 “고장인지 배터리가 방전됐는지 잘 모르겠다”며 “조금 전부터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에게도 물어봤지만 “스마트폰이나 다른 제품을 써보라”는 대답만 들었다. ‘설마 지금쯤은 고쳤겠지’라는 생각에 약 한 시간 뒤 다시 현장을 찾았지만 여전히 제품은 먹통이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작동하지 않는 제품을 방치하고 있었다. 제품을 써보려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관람객들이 수두룩했다.

전시장 관리나 제품 관리, 홍보 측면에선 서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외국인 기자는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흥행몰이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믿고 쓰고 싶은 제품’ 리스트에 담고 싶진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있다고 해서 중국 업체를 싸잡아 무시해선 안 된다.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을 것 같은 위협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전시장 운용 과정에서 ‘옥에 티’가 혹여 한국 기업들을 방심시키는 단초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정지은 바르셀로나/산업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