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이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기금을 복지에 활용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놓은 데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은 국민이 맡긴 돈으로 다시 돌려줘야 한다”며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국민연금 운용 대원칙 중 어떤 것도 훼손돼선 안 된다”고도 했다. 정치권에서 국민연금을 맘대로 휘두를 수 없도록 막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당연한 지적이다.

야권에선 국민연금을 4월 총선에 써먹겠다는 신호탄을 벌써 쏴올렸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임대주택을 지어 35세 이하의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제공하는 소위 ‘컴백홈법’(장병완 의원 대표발의)을 국회에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2일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방안 토론회’를 여는 등 국민연금을 통한 공공투자를 공론화하려 하고 있다. 토론회에선 중앙 및 지방정부와 공사 등이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병원 보육시설 등에 투자할 채권을 발행하면 국민연금에서 이를 사들이는 방식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2100만명의 가입자가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운용하는 기금이다. 절대다수 국민의 노후가 걸린 자금이다. 이 자금을 마치 쌈짓돈처럼 끌어쓰겠다는 것이 야권의 발상이다. 더민주에서 주장하는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나 국민의당에서 공약으로 제시한 국민연금의 임대주택 건설이나 모두 수익성이 전혀 보장돼 있지 않다. 마치 미국의 사회민주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기업연금이 파산하더라도 노동자가 일정액의 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청년들의 표(票)를 얻고 보자는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이런 정책에 국민의 노후가 흔들려선 절대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예정된 연금의 고갈시점(2060년)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이마저 앞당겨질 것이다. 국민연금을 넘보는 곳이 너무도 많다. 문 이사장이 헤쳐가야 할 과제가 많을 것이다. 굳은 의지로 국민연금을 지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