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틀째 필리버스터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10시간18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이종걸 원내대표(맨 오른쪽) 등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틀째 필리버스터 >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10시간18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친 뒤 이종걸 원내대표(맨 오른쪽) 등의 격려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24일 테러방지법(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이틀째 헛돌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전날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도 여야가 합의한 시한 내에 처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필리버스터를 통해 소수당이 고의로 의사 진행을 지연할 수 있도록 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전날 저녁 시작한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지속했다. 필리버스터란 소수당이 장시간 연설, 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의사 진행을 늦추는 행위를 말한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 은수미 더민주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 유승희 더민주 의원이 발언했다.
국회선진화법에 '저격당한' 테러방지법
전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테러방지법은 이틀째 표결에 들어가지 못했다. 테러방지법은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신설하고 총리실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두며 국가정보원에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수집권과 추적·조사권, 통신 감청 권한 등을 주는 내용이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테러 예방 및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민주와 정의당은 국정원의 권한이 확대돼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야당의 고의적인 의사 지연으로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새누리당이 이들 법안에 반대하는 야당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던 선거구 획정에도 여야가 합의해 쓸 카드가 없어졌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하게 비난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안보·경제 위기 속에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국회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테러방지법과 민생 법안 처리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책은 없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토론자가 더 이상 없거나 재적 의원의 60% 이상이 동의해야 중단할 수 있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기됐다가 2012년 5월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포함돼 부활했다. 다수당에 유리한 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수당에 유리한 제도로 필리버스터가 도입됐다. 그러나 신속처리안건 지정은 재적의원의 60% 이상이 동의해야 해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한 반면 필리버스터는 3분의 1만 동의하면 돼 국회선진화법이 결국 소수당에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망국법인지 체험하고 있다”며 “(중단시킬)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야당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지속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합의한 26일 필리버스터가 끝날 가능성도 있다.

■ 필리버스터

국회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본회의 표결에 앞서 무제한 토론을 요청하는 등 고의로 의사진행을 지체하는 행위.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