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일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정비소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박병일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정비소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 김정훈 기자 ] "핸들 잠김은 전동식 파워스티어링(MDPS)에 장착된 토크센서(전자부품)가 휘는 불량 때문이지요. 핸들에 유격이 생겨 소음이 발생하는 커플링 교체가 궁극의 해결책은 아닙니다."

지난 18일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카123텍' 정비소에서 '자동차 명장' 박병일 씨(61)를 만났다. 그는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운행중 핸들 잠김은 토크센서 부품 불량이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박씨는 "최근 2년 사이 운행중 갑자기 핸들이 잠기는 현상을 경험했다는 운전자들의 제보를 많이 받았고 실제로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으로 이러한 현상이 기록돼 있었다"며 "주행중 경고등 뜬 차량들의 MPDS 부품을 수거해 직접 분석해 봤더니 토크센서가 휘어진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진단+] 자동차 명장이 말하는 핸들잠김 원인 들어보니
모터로 움직이는 파워 핸들인 MDPS(Motor-Driven Power Steering, 전자식 조향장치)는 핸들에 연결된 센서를 통해 감지된 신호가 모터를 작동시켜 차량의 방향 전환을 보조한다. 핵심 부품인 토크센서가 이상을 감지하면 계기판에 경고등이 점등되고, 핸들 조작이 무거워지거나 차량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2006년 이전까진 엔진 힘으로 유압 펌프를 작동하는 유압식 파워 핸들이 주를 이뤘으나 이후 연비 개선 및 핸들링 성능 향상 등을 이유로 제조사들이 MDPS를 많이 쓰는 추세다. 특히 지난 2~3년 사이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면서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박 명장은 "스티어링휠에 있는 컴퓨터인 ECU(전자제어장치)는 바퀴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토크센서의 신호를 받아 모터를 구동시키는데, 토크센서가 휘게 되면 모터에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핸들 잠김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명장은 서울시내 버스가 고작 600여대에 불과하던 1971년 자동차 정비 업계에 뛰어들어 지난 45년간 이력을 쌓은 기능장이다. 국가기술 자격증만 17개 보유하고 있으며 자동차 정비 관련 책도 38권이나 냈다. 지난해 국내 한 자동차 회사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이전까지 독일과 일본에서 수입해서 쓰던 토크센서 부품이 지난 몇년 사이 국산화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완성차에 장착되기 시작한 MDPS는 2011년~2013년 출고 차량에 핸들 잠김 현상이 더러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무상수리 조치를 내린 조향장치 내부부품(플렉시블 커플링) 마모에 따른 소음 발생 건은 핸들 오작동의 일부가 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처방은 토크센서를 바꿔야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씨는 정부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차량 결함에 대해선 미국과 같이 적극적인 리콜 명령을 해야하며 쉬쉬하다간 한국차도 제2의 도요타, 또는 폭스바겐 사태가 언젠가는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크센서 교체를 위해선 핸들 전체를 바꿔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커플링과 달리 비싼 부품이지만 제조사는 지금이라도 운행중 경고등이 뜨는 차량에 대해선 무상수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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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박병일씨가 자동차 엔진 부품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
박병일씨가 자동차 엔진 부품들을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